세계화가 불러온 제조업 후퇴(from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던 세계화의 바람은 단연 제조업의 발전이 밑바탕에 깔려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선진국 신흥국 할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물건들, 즉 제조물들을 싼 값에 사서 향유할 수 있었고, 그러한 물질적 생활수준의 향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세계화에 우호적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되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조업의 질주는 결과적으로 국가간 경쟁이 덜한 서비스부문에 비해 훨씬 치열한 무역경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공산품 가격은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신기한 건 그렇게 공산품 가격이 계속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공산품소비는 서서히 줄어들면서 제조업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점점 쪼그라들거나 망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은 후퇴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공산품 소비가 줄어들고 제조업이 후퇴하게 된 원인에는 몇가지가 존재하는데, 첫번째는 세상이 늙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5년 23.3세였던 전세계 중위연령은 2019년 31세로 늘었습니다. 선진국에서 특히 늘어난 고령층은 이미 많은 공산품과 의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공산품 소비 보다는 의료서비스, 외식, 여행같은 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의 수요만 변한게 아닙니다. 두번째로 제조업과 공산품 자체가 서비스로 변환되는 추세가 생겼습니다. 음악과 영상을 보기 위해 수많은 CD와 DVD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을 온라인 음원서비스나 OTT서비스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용량의 저장장치를 개인이 보유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종이책의 비중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또 어떻습니까? 이제는 미래의 자가용소유자들이 차량공유서비스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나 전기 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크게 융성하고 있구요.

세번째로는 더 작은 규모로 다양하고 쉽게 만드는 제조기술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가지던 절대적인 이점이 많이 퇴색하고 더 소량생산을 통해 작은 시장을 공략할때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원인들 때문에 기업들도 더이상 공장설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소프트웨어와 연구 등 비물리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전체 기업지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제는 제품의 성형, 압출, 스탬핑, 조립같은 것보다 영리한 엔지니어링, 창의적인 마켓팅, 판매후 수리 및 유지보수같은 것에서 더 많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조립라인의 운영보다 더 높은 장애물이 되어주었습니다.

단적으로 자동차만 해도 2030년에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한대의 가치 중 30%를 차지하게 될거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제조업 중심으로 확장되고 발전해온 제조업 중심의 세계화는 다름아닌 제조업 자체의 축소와 한계로 인해 수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한없이 확장시켜왔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점점 길고 복잡해질수록 더 비싸고 신뢰성이 떨어지며 덜 중요해졌다는 인식은 결국 제조업의 후퇴와 함께 제조업 중심의 세계화를 서서히 종식시켜가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겁니다.

이제 세계는 제조업 가치사슬 중심의 세계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즉 서비스와 아이디어 중심의 세계화가 태동을 하려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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