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듀폰, 이레네 듀폰, 러모트 듀폰 등 듀폰(Du Pond) 가문의 형제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업인 듀폰 그룹을 이끄는 가문의 일원들입니다.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제품들을 기반으로 1930년대부터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이들은 화학기업 답게 공해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국가의 간섭과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맞게 매우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자유주의사상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대공황과 2차대전의 발발 이후 급격하게 커진 정부의 권능과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은 그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들 듀폰 형재들의 자유주의사상이 얼마나 공격적이었냐면, 후버 대통령 때 금주령이 무려 헌법의 개정을 통해 통과되었음에도 이를 반대하고 분통을 터트렸으며, 루즈벨트 때에는 아동노동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에 “아동노동을 하는 가정의 부모들이 공동체 내에서 아동노동이 없어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지 않는 한, 그 어떤 연방정부의 법이나 수정 헌법 조항도 아동노동을 폐지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아동을 괴롭히고 혹사하는 관행에서조차 국가가 개입하면 안된다고 믿은 것이지요.
이들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도 부정하는데, 한 나라의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아동노동을 폐지한다면 이는 분명히 민주적인 결정임에도 이를 부정하고 반대합니다. “오로지 사회라는 알 수 없는 모호한 존재만이 (아동노동)과 같은 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법적 개입은 용납할 수 없다”라는 거지요.
이들이 이렇게 무리하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걸로만 끝났다면 사람들의 비웃음만 얻고 지나갈 문제였으나, 이들은 힘있는 자들이었습니다. 뉴딜정책으로 인한 강박적인 거부감과 공포는 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듀폰이라는 거대한 기업 뿐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한통속인 수많은 거대기업들이 이들을 지지했고 급기야 한데 모여 커다란 조직을 결성하게 되니, 이것이 그 유명한 미국 자유 연맹(American Library League)입니다.
듀폰을 필두로 JP 모건그룹, 유에스 스틸, GM, 스탠더드 오일등 미국을 주무르는 거대기업들이 한데 모여 미국 자유연맹을 결성한 이유는 뉴딜정책을 되돌리고, “사유재산은 신성불가침의 자연권”이라는 자신들의 주장과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필요로 했는데, 이 때 이들에게 반응한 건 미국 내 보수 기독교, 즉 복음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뉴딜이 신앙의 대상을 기독교에서 세속 국가로 옮겨 가려는 시도라고 인식하고 뉴딜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이들 거대기업들의 집합체인 미국 자유연맹과 손을 잡게 된 것이지요.
거대한 미국 대기업들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미국 남부와 서부의 민권운동 반대 정치가들이 동업자로 한데 묶여서 뉴딜정책을 반대하는 모습은 역사상 유래를 보기 어려운 아이러니였습니다.
자유시장 사상의 원류들은 그 시작부터 계속해서 초기 프랑스 혁명과 한 편에 섰고,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으며, 전쟁 반대에 평화주의자들, 여성 권리 옹호자들, 공리주의적 사회주의자들에게 지지를 받았었는데, 자유시장이 미국땅을 밟게 되자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질되버린 거지요.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이 이렇게 들어맞는 사례도 찾기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이런 변질과 변화 역사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정말 순수하게 신기하고 놀랍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렇게 소감을 글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