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웹툰 이계 검왕 생존기를 보고 있는데 재밌네요. 거기에 바오톨트라는 영웅이 주인공이자 이세계인인 한빈에게 건네는 말이 인상적이라 옮겨봅니다.
애송이
이세계인이 왜 최강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지 아나?
정답은 이세계인들의 가이드라인, 적의 레벨을 손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싸우기도 전에 적의 레벨이 자신보다 높은지 낮은지 살피지. 그리고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과는 싸우지 않는다.
그거야 그렇겠지. 적당히 싸울만한 적들만 여럿 죽여도 레벨은 오르니까.
살아남으려면 그 편이 현명하니까.
그럼에도 놈들은 결국 죽지. 자신보다 강한 놈에게? 아니.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죽는 거다.
살아남으려고만 하는 놈들은 영원히 강해지지 못한다.
결국
강해지기 위해 싸우는 놈만이
살아남는다.
경제학은 한 개인의 심리상태나 성장, 그리고 생존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거시적 관점을 전제로 하는 학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화된 관점에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명제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획기적인 발견이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의 핵심을 꿰뚫는 중요한 통찰입니다. 강한 능력을 가진 자가 약자를 누르고 살아남는게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든, 운이 좋았든 어떻게든 다양한 변수에 적합성을 보인 개체가 생존에 성공하고, 그렇게 성공한 개체가 (적응력이)강하다고 결과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하지만 관점을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한 개인에게 맞춰서 본다면 스토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만 한다면 한 개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생존과 승리에 유리한 지에 대해 교훈을 찾는 건 불가능해집니다.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낼 수도 없으며, 어떤 품성과 능력이 환경에 대한 적합성을 제공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줄 수 없다면, 한 개인의 입장에서 가치있는 무언가를 얻는건 불가능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관점과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려는 시도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다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웹툰에서 이야기하는 강자에 대한 고찰이 개개인의 입장에서 무엇을 시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 개인의 입장에서 생존과 승리를 위해 필요한 건 역설적으로 “무조건 언제 어디서나 살아남으려고만 하는 태도를 버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오자병법에 적혀있는 “필사즉생 행상즉사”라는 문구와 맥을 같이 하는 교훈입니다.
승리와 생존은 한 개인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삶의 원리이자 지상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살고자 하는 의지만 관철하다가는 결과적으로 그게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구지(九地) 중 마지막인 사지(死地)입니다. 속히 싸우면 살아남아도, 속히 싸우지 않으면 멸망하는 지역, 우유부단하게 판단을 지체하거나 싸움이 불리하다는 객관적인 사실만 보고서 도망가려 하다가는 반드시 죽게 되는 상황에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내던져야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는거지요.
물론, 세상 모든 곳이 다 사지이고, 일상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내던지고 목숨걸고 싸워야 하는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는 쓸데없는 싸움과 승부를 최대한 줄이는 게 정답이고, 위지(危地)에서는 무조건 철수해야지 싸움을 벌이면 필히 해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열에 한 번은 반드시 사지에 들어서게 되는 때가 생깁니다. 안전지상주의에 찌들어있거나, 생존 그 자체를 지상목표로 삼으며 위기 그 자체를 피하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잘 나가다 흔치않게 찾아오는 딱 그 순간에 큰 위험을 당하게 되는거지요.
현실에서도 정말 내가 죽을 확률이 높은 상황은 나보다 훨씬 강한 존재와 맞붙어 싸우거나 위험하고 불리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궁리하고 발버둥치는 때가 아니라 약하다고 얕보고 방심하거나, 숨겨진 위험을 모르고 대비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익숙한대로 행동하다 사고가 났을때입니다.
현재의 상황이 어떤 대응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통상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습관과 관성을 깨트리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 결단하는 용기만이 나를 사지에서 구해낼 수 있는겁니다. 그렇게 주의깊은 상황인식과 방심하지 않는 주의력, 그리고 정말 필요한 국면에서 나 자신을 몰아붙히는 용기와 결단력이 있는 개인만이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 생존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는거라고 봅니다.
그러한 나 자신에 대한 통찰과 개인의 관점에서 무엇을 결단하고 추구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면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격언에서 우리는 아무런 의미나 교훈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오톨트가 이야기하는 “강해지기 위해 싸우는 놈만이 살아남는다”는 격언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