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함과 무모함을 구분할 수 있을까? – from 돈의 심리학

미국의 철도왕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가 일련의 사업거래를 마무리 짓고 그의 철도 제국을 확장하려던 차, 그의 사업자문가 중 한 사람이 그의 모든 거래가 법률위반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밴더빌트가 말하죠. ”맙소사 존, 설마 뉴욕주 법령을 다 지켜가면서 철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사실, 밴더빌트 시절의 법률은 불합리한 점이 많았고, 특히 철도사업을 하는데 불리했습니다. 그래서 밴더빌트는 “될 대로 되라지”라 말하며 법과 상관없이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럼에도 밴더빌트는 결국 성공했고, 그러한 범법행위를 처벌받지도 않았으며,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렇게 성공(내지 세상의 진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법을 무시하는 그의 태도를 대담함으로 보고 싶은 유혹이 일어날 만도 할겁니다.

법을 무시한 누군가의 태도를 옹호하거나 대담함으로 포장해 배우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같은 이유로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을 비난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게 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됩니다. 한 명은 운이 좋아 법망을 피해가서 교활한 사업수단을 가진 대담한 천재로, 다른 한 명은 법망에 걸려서 교도소에서 썩게 된 무모한 범죄자로 인식합니다. 과연 우리가 여기에서 어떤 교훈을 얻는게 가능할까요?

이 두가지 상반된 이야기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대담함도, 배우지 말아야 할 무모함도 찾을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상식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러한 상식과 냉정함이 없이 화려한 성공에 눈이 돌아가서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고, 참담한 실패를 안타까워하거나 조롱하기 이전에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저질렀던 부도덕함 그 자체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커다란 성공사례를 이루어낸 대가가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가르침과 지혜를 단지 “그가 성공했으니까”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또한 조심해야 합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에 있어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워렌 버핏의 멘토입니다. 하지만, 그가 투자를 통해 벌었던 돈 대부분은 한 기업 덕분이었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1948년 가이코에 71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돈은 1972년에 4억달러가 넘는 돈으로 불어났습니다. 가이코에 대한 투자를 뺀 평생의 투자수익을 모두 합쳐도 전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압도적인 투자성공이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보험회사 가이코에 투자했던 건 그가 그렇게나 주창해왔던 가치투자도 아니었고, 그가 설계했던 수익 다각화법칙을 전부 어겼던 사례였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 스스로도 인정했듯, 그는 가치투자로 성공한 게 아니라 단 한 건의 성장주투자를 통해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랬기에 벤자민 그레이엄 본인의 저서인 “증권분석 개정판”에서는 가치투자에 더해 “성장주 투자”에 대해 다룬 챕터(챕터39, 성장주 가치평가를 위한 보다 새로운 방법)가 추가되었는데, 이후에 출간된 개정판들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에 대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요? 가치투자라는 투자전략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최소한 “벤자민 그레이엄 본인을 갑부로 만들어 준 투자전략”은 절대 아니라는 걸 일단 염두에 두고서 그의 주장들을 공부해야만 하겠지요. 그러고 보면, 빌 게이츠가 굉장히 중요한 말을 했었던 걸 떠올려봐야 합니다.

“성공은 형편없는 스승이다. 똑똑한 사람들을 꾀어내어 자신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든다”

우리가 어떤 특정 개인의 성공사례를 듣고 이를 칭송하거나 그걸 모방하고픈 마음이 드는이유는 사람이 하는 말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검증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고,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검증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공이나 외견을 평가의 잣대로 활용하는 건 저질러선 안되는 실수입니다. 그렇게 특별한 사람, 특히나 언론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플루언서나 유명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주장을 했는지는 단지 수많은 인구들 중 특정한 한 개인의 개별사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많은 평범한 이들에서 자주 보이는 성공이나 실패의 흔한 패턴을 찾아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의 성공투자를 우리가 흉내내기 어려운 이유는 그의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성공적인 성과에는 행운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일 수 있다는 걸 떠올려 볼 필요가 있는겁니다.

평범한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웃들, 지인과 친척들에서 폭넓고 흔한 관찰결과를 근거로 성공과 실패의 비결을 찾으려 시도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런 패턴들에서 우리도 뭔가 해볼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겁니다.

책을 읽고, 위대한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따라하고 연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극소수만 특정 영역에서 성공하는게 투자라는 영역의 특성이라면, 우리는 명백히 좀 더 다른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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