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심리학적 특성

믿음은 그것을 바꾸려는 어떤 힘도 거부한다. 믿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비활성화”될 뿐이다.

어렸을 때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던 믿음이 어른이 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비활성화 되어 기능하지 않을 뿐이다.

믿음은 활성화된 개념을 이루는 감각적 경험과 언어의 조합으로 규정된다.


책 “심리투자 불변의 법칙”을 드디어 일독했습니다. 투자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다름아닌 자기 자신의 믿음이라는 역설적인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각도로 접근한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입니다만, 다만 구체적이고 확고한 결론에 다다르고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는 데 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이 책을 저자가 쓴 시기는 차트를 가지고 기술분석을 통해 투자를 하는게 막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책의 내용도 이런 차티스트들이 잘못된 확신에 빠져서 돈을 날리는 일화들을 여럿 제시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세상 이치가 이런 식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라는 확신에 빠져서 잘못된 결정과 뒤이어 잘못된 대응으로 투자를 실패하는 고집쟁이를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가치투자자들도 자기확신의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라면 당연히 시장을 이길 수 있어야 돈을 법니다. 그런데, 항상 사람들의 예상을 배신하며 황당하고 랜덤하게 움직이는 시장을 합리적인 이성이나 인간의 생각을 가지고 항상 이기는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모순명제가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차트 패턴이 되었든, 경제학이론에 기반한 예측이 되었든, 재무제표나 사업보고서를 읽고 특정 기업의 미래를 예상하는 기본적 분석이 되었든 분석에 기반한 투자원칙은 어디까지나 승률을 높여줄 뿐 반드시 이기는 투자를 약속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을 예측할 수 없고, 항상 승리하는 투자전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리로 아무리 이해하고 있더라도 부지불식간에 그런 만용에 빠지는 이유는 이미 우리가 그런 믿음(시장을 이기는 비법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믿음)을 우리 마음속에 한 번 받아들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머리로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수궁하더라도, 한 번 받아들였던 믿음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단지 최대한 비활성화 시키는 정도밖에 불가능합니다.

이는 인간의 두뇌구조 안에서 믿음이 논리나 이성, 검증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 경험, 그리고 언어의 조합으로 형성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본능적인 심리기제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습관과 일맥상통한 측면이있다는 거지요. 우리가 고질적인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습관과 경험을 그 위에 덧씌워야 하는것처럼 새로운 믿음을 반복되는 성공적인 체험을 통해 덧씌워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시장을 알아가겠다는 태도나 무언가를 열심히(이게 문제입니다.) 분석해서 성공하겠다는 기대를 버리고,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우고 막상 그걸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핑계거리가 내 머리를 짓누를 때에도 묵묵히 미리 계획한 것을 실천하는 것을 습관처럼 반복할 때 비로서 나쁜 습관과 잘못된 믿음이 서서히 비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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