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함을 내려놓고 담박함을 즐기라
차라리 순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내려놓아
올바른 기상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리라.
차라리 화려함을 사절하고 담박함을 즐겨서
깨끗한이름을 보존해 대자연에 남겨두리라.
(채근담 37편)
장자가 좌망에 대해 이야기한 게 있습니다. 정확히는 좌망과 심제(心齋)를 논하는데, 좌망이란 마음이 육체의 번거로움에서 떠나 세속적인 앎(知)에서 떠나 자연의 도에 합일하는 것, 심제는 마음의 여러 측면들을 비우고 도와 일체가 되는 것을의미합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유가의 가르침에 대한 비판 내지 반동의 의미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장자는 유학에 심취한 사람들을 두고 “자기 생명이 갉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귀하고 유용한 존재가 되는 것에 집착다보니 유능하다는 명성을 쫓고 거기에 취하다 옻나무(귀하게 여겨져 제일 먼저 도끼로 벌목당함)와 같은 신세”라 한탄합니다.
장자는 별 쓸모가 없다 여겨져 도끼날을 피해 살아남는 상수리나무를 예로 들며 “무용의 유용함”을 잊지 말며 유용함과 무용함의 중간 어딘가에 서라고 충고합니다. 장자가 말하는 중간은 산술평균이 아닌 자연의 이치가 깃든 근원처로 중허(中虛)를 설파하나, 굳이 장자를 따르지 않더라도 유학자가 숭상하는 성인인 공자부터 이미 중용의 도를 역설한 바 있습니다. 대자연의 신묘한 이치로서 중허를 따르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양극단이 아닌 자신만의 절충점을 찾아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유익한 작업이 될것입니다.
귀하게 쓰여지며 스스로를 망치는 한 극단과 자연 그대로의 무용을 추구하는 심제좌망의 극단 사이의 한 중간지점에 안착하게 된다면 우리 마음에도 평안을 지켜주는 균형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