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한다는 것의 위험성 – 채근담

세상을 뒤덮는 공로도 자만이란 한 낱말은 이기지 못하고

하늘을 채우는 죄과도 참회란 한 낱말은 이기지 못한다.

채근담 18편


채근담 18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만, 세상을 뒤덮는다는 표현이 한자 원문에는 개세(蓋世)라고 되어있습니다. 세상을 덮을만큼의 큰 공로라는 뜻으로 초한지에 나오는 패왕 항우의 고사에서 인용한 표현입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천하에 다시 없을 용력을 지녔고 한번도 전투에서 진 적이 없던 불세출의 영웅이자 천하를 제패하여 황제가 될 수도 있었던 항우가 그의 자만심 하나로 인해 유방에게 패해 해하성에서 포위되었을 때입니다. 사방이 포위되었고 그를 도와야 할 백성은 모두 항복해 밤이 되면 넉살좋게 노래를 부르는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졌을 때 스스로 한탄하며 지어낸 시에 한 구절이“산을 뽑아낼 힘과 세상을 덮을 기개가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였다고 하죠.

내가 가진 것, 지금까지 내가 이루어낸 것, 사람들이 나를 치켜세우며 칭송하는 것들이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자만에 빠지게 한다면 항우의 한탄처럼 산을 뽑아낼 힘과 세상을 덮을 기개가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자만은 안주하고 안심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결국엔 빠져나올 수 없는 파멸을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가게 만드는 치명적인 늪과도 같습니다.

그러한 자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스스로 깨닫고 돌이켜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미 자만에 빠져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이를 지적해도 깨닫지 못하거나, 설령 깨닫더라도 이미 비대해진 자존심으로 인해 내가 누군가의 지적으로 인해 내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는 상황을 용납하지 못해 지옥으로 가던 길을 고집스럽게 계속 걸어가기 십상입니다. 자만이 그래서 위험한 것이고, 스스로를 돌이켜 참회하는 것이 그래서 위대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깨닫고 참회하여 돌이키는 결단과 행동은 그 전까지의 죄과가 아무리 크고 무겁더라도 항상 그걸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상을 뒤덮는 공로도 자만이란 한 낱말을 이기지 못한다는 경고 보다도 하늘을 채우는 죄과마저 참회란 한 낱말은 이기지 못한다는 희망이 몇 배는 더 커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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