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고 서툰 것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찾으라.
사치하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난할 망정 여유가 있는 검소한 사람만 못하다.
유능한 사람은 수고를 많이 하고 남의 원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는 편안하면서도 천진함을 지키는 서툰 사람만 못하다.
채근담 56편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거나 이직에 대한 고민, 투자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등 내 인생이 마음먹은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부쩍 불안과 초조해지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이런 초조함이 어떤 형태로 발현되느냐면 자꾸 무언가를 사고 싶어지게 되더군요. 꼭 필요한 옷이 아닌데 계속 사게 되고, 여유가 없는걸 잘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명분을 만들어서 물건들을 쇼핑하게 됩니다. 결국 남는 건 감당하기 버거운 카드청구서,, ㅜㅜ
요즘은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동하면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있기에 충동구매를 조절하는게 쉽지 않은데, 마음이 초조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제일 먼저 이런 소비욕구가 올라오더라구요.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일까요?
지금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서 지금보다 돈을 더 벌면 그게 가장 나이스한 해결책이겠다 싶지만, 실제로 이직을 해서 월급을 두배 넘게 받아본 제 경험상 그건 해결책이 될 수 없었습니다.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잠시, 씀씀이가 거기에 맞게 커집니다. 그 씀씀이라는 게 100% 소비생활에 들어가는 돈은 아니지만 사교육비나 재테크, 집을 사기 위해 모으는 돈, 하다못해 경조사비로도 씀씀이가 커집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늘어난 수입에 걸맞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뭣보다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 나 자신을 불태워야 합니다. 내 체력, 열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을 소비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과 거리가 멀어지게 될 수 있지요.
즉 돈과 물질을 찾아서 부족함을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일단 그 부족함 안에서 여유를 찾아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난할 망정 여유가 있는 상태를 우리는 “검소함”이라 부릅니다. 물론 사회적인 통념상 검소함에는 이러한 여유로운 검소함만 있는건 아니죠. 지금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서 고통을 무릎쓰고 내 몸이 망가지도록 열심히 일하고, 자린고비처럼 소비를 줄이고 아껴서 재산을 모으는 것 또한 검소함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자와 후자가 같은 “검소함”으로 표현되는 게 가당한 일일까요? 후자와 같이 여유는 없고 탐욕과 인색함만 존재하는 검소함을 실천하는 사람을 우리는 다른 표현을 씁니다. 수전노라고 말이지요.
사실, 평생을 수전노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겁니다. 하지만, 살다가 언제든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다보면 스트레스와 짜증이 나고, 더 심해지면 저처럼 초조함과 불안함에 휩싸여서 충동적으로 일탈에 빠지거나 사랑하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는 일들 저지르는 경우를 가끔씩이라도 겪어봤을 분들이 상당할 거라 믿습니다.
우리가 진정 싸워야 하는 적은 우리의 가난이나 경제적 문제가 아닌 우리의 초조함과 만족하지 못하는 성품입니다. 우리의 가난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서 검소함을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한 인생의 승리자가 되는 길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