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에서 나온 부귀와 명예는 산 속에 핀 꽃과 같아서
저절로 천천히 자라나 크게 번성한다.
업적으로 얻은 부귀명예는 화분의 꽃과 같아서
곧잘 이리저리 옮기고. 흥망이 잦다.
권력으로 얻은 부귀명예는 꽃병의 꽃과 같아서
뿌리를 내리지 않고 금새 시들어버린다.
채근담 60편
채근담에 나오는 내용인데, 처음 이걸 읽게 되면 뭔가 이해가 되지 않고 막히는 부분이 나오게 됩니다.
업적으로 얻은 부귀명예가 화분의 꽃과 같이 흥망이 잦고 이리저리 옮겨지기 쉽다는 말이나, 권력으로 얻은 부귀명예가 꽃병의 꽃과 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금새 시들어버린다는 말은 금방 이해가 되지요. 역사를 돌아볼 때 얼마든지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고 또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덕에서 나온 부귀와 명예(富貴名譽, 自道德來者)”라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이 세상에 부귀명예를 크게 얻은 사람들 중에 도덕으로 이를 얻었다고 알려진 사람이 있었던가 따져본다면 과연 찾을 수 있는걸까요?
이에 대한 첫번째 해석은 도덕이라는 것이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을 통해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단, 그 방법론이 올바르다고 해서 반드시 부귀명예를 결과로 얻을수는 없다는 게 첫번째 해석에서 중요한 내용입니다. 논어 이인편에 관련된 글이 나옵니다. “누구나가 부귀를 탐내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얻지 않았다면 그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가 빈천을 싫어하지만, 올바른 방법을 썼더라도 그러하다면 피하지 않아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부귀를 얻지 않았다면 이에 안주할 수 없다는 논어의 문구는 업적이나 권력으로 얻은 부귀명예가 번성하지 않는다는 채근담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단순히 “결과”의 측면만 놓고 본다면 확률적으로 올바른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추구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설령 올바른 방법을 썻더라도 가난함과 천함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확실히 해두고 있음은 올바른 방법이 곧바로 성공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부귀명예에 과도하게 메몰된 채 잘못된 방법을 쓰거나 업적을 쌓는 데 집착하지 말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현들은 부귀명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기에 은거하여 부귀명예에서 멀리 떨어져 청빈한 삶을 사는 것을 중시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또다른 두번째 해석은 부귀와 명예를 추구하고 이를 성취해나가는 왕도로서 “도덕”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업적과 권력으로 부귀명예를 얻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흥망이 잦아 불안정하거나 근본이 없어 권력의 향배에 따라 금새 사라지기 때문에 실용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에도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택할만한 옵션이 아니며, 정말 커다란 번성을 결과물로 얻고자 하는 이라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도와 덕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채근담에서 도덕에서 나온 부귀명예를 산 속에 핀 꽃으로 비유하면서 “저절로 천천히 자라나” 는 것을 굳이 부연하고 있는 것이 그런 해석을 고민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저절로 천천히 자라나 크게 번성하는 부자들이라는개념을 읽다보면 금방 떠오르는 게 “경주 최부잣집” 같은 사례들입니다.
그렇다면 부귀명예를 얻어 크게 번성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저절로 천천히 자라날 때까지 덕을 다하여 가야할 길을 가되 조급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또한 앞서 논어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이 부귀를 탐낸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부끄러이 여기 말고 이를 긍정하는 것도 중요한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
결국은 근검절약하고 만족과 감사하는 태도부터 시작하되 쉬거나 방황하지 말고 꾸준히 계속하면서 진정 부귀명예에 다다르기 위해 길러야 하는 덕과 성을 찾는 것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덕에서 나온 부귀와 명예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상반된 해석을 놓고 고민하다가도, 결국 중요한 건 해석이 아닌 실천과 행동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포부를 정하는 것이 우선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제오늘 충동적인 소비를 마구 하면서 뒤늦게 후회하며 마음을 다스려보기 위해 채근담을 읽고 생각하다 문득 나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부터 반성하고 정신차리는 게 급한 거였다는 걸 느끼면서 새삼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