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의 상대성(Relativity of Wrong)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88년 지식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대해 논평한 에세이의 제목이 바로 “틀림의 상대성”입니다.


사람들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지구가 구형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적도의 직경이 극지방보다 더 큼)

그러나 지구가 구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되었다고 보는 관점은 두 주장의 오류를 합친 것보다 더 잘못된 것이다.

지구가 평평하거나 둥글다는 표현, 또는 실제로 극지방이 납작하고 적도 쪽이 부풀어 오른 구형이라는 표현은 과학이 어떻게 틀림의 정도 또는 옳음의 정도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이다.


과학은 우리 인류가 수세기에 걸쳐 개발해온 가장 중요한 인지 도구입니다. 과학은 수세기 전부터 끊임없이 수많은 가설을 가지고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첫 출발은 아기가 기어가는 것처럼 엉성하고 오류투성이였으며, 무엇보다도 진실과 진리로부터 한없이 멀리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된 가설들이 어디가 어떻게 틀렸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수많은 관측과 실험, 검증을 통해 궁리하고 나아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더 정확하고 진실과 진리에 더 가까와지는 인식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백년을 넘게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궁극적인 목적지를 미리 설정하지 않았던 데 있습니다. 궁극적인 목표가 없으니 어디로 나아가야 거기에 다다를 지를 고민하지 않고 당장 지금 발견된 틀림, 즉 직전 가설의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측이나 이론에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구체적으로 설정된 최종목표가 없다는 점이야말로 과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진정한 위대함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인류가 생존하여 문명을 계속 이어가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학문과 사상이 사라질 지언정 과학은 계속 끊임없이 발전되고 확장되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학이 죽는 순간이 바로 인류가 문명을 상실하고 바로 야만으로 돌아가거나 절멸되는 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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