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는 소인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

담박하여 물욕이 적은 사람은

반드시 욕심 많고 세련된 자에게 의심을 사고

자신을 잘 단속하는 사람은

대게 방종한 자가 꺼리기 마련이다.

군자는 그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지조와 처신을 조금이라도 바꾸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결기와 모서리를 지나치게 드러내서도 안된다.

채근담 99편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상의 주류는 군자이기 어렵습니다. 세상은 군자를 반기지 않으니까요. 세상은 대게 앞뒤 재지 않고 권력을 탐하는 자가 권력을 잡기 마련이고, 출세는 그런 권력자에 빌붙어 줄을 서는 사람들이 능력있되 자신의 지조와 결기를 지키는 사람보다 빠르게 마련입니다.

만약 항상 군자가 권력을 얻어 바르게 다스리며 능력과 성품이 남다른 자가 세간의 주목을 받아 빠르게 출세한다면, 이 세상이 군자를 필요로 하며 애타게 찾을 이유도 없을 것이며 소인배의 횡포에 신음하며 참된 지식인들이 이를 한탄하며 처음 먹었던 결기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이들을 구태여 그리워 할 이유도 없을겁니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고 그런게 안되니까 사람들의 군자를 애타게 찾으며 지조있는 사람을 그리워하는거지요.

그러니 욕심 많고 꾸미기 좋아하는 자는 자신들과 동류의 사람들과 어울립니다. 자신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말하는 이들은 경계하고 방종한 자는 자실을 단속하고 정갈한 자를 꺼리는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국가와 공동체를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그 첫 마음을 버리지 않고 지조있게 행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고, 소인배들을 자극하지 말며, 특히나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세상의 주류이며 다투면 언제나 군자가 패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어 저들을 자극하거나 다투지 않되, 자신의 결기와 소신을 꺽어서 저들에게 영합하는 것은 그 순간 저들과 똑같아져버리는 꼴이 됩니다. 그건 세상에 자기 자신이 먹히게 되는거지요.

내가 세상에 크고 좋은 뜻을 세웠다고 해서 그 뜻이 현실로 성취되는 것에 집착하거나, 내가 품은 뜻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원하는 마음을 앞세우는 것이 어리석은 이유는, 그런 성급함이 결국에는 세상에 외면을 받게 되거나, 자신의 뜻과 결기를 내던지고 세상에 영합하게 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녕 크고 좋은 뜻을 품고 굳은 결기로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 다짐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되어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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