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을 주고도 한 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울 수 있고
밥 한끼를 먹이고도 평생토록 감격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매 사랑이 지나쳐서 되레 원수로 바뀌었고
박정함이 극심하여 거꾸로 기뻐하게 만들었다.
채근담 116편
여기서 천금을 주고도 한심을 사지 못한 건 조조가 관우를 위해 천금과 여인과 벼슬까지 주었음에도 환심을 사지 못했던 일을 말합니다. 밥 한끼를 먹이고도 평생토록 감격하게 만든 건 한신이 젊어서 굶주렸을 때 빨래하던 여인이 그에게 밥을 챙겨주던 것을 초왕이 되어서 크게 보은하였던 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큰 돈과 정성, 그리고 나의 마음까지 다 바쳐 주어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선의는 결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물론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압도적으로 큰 재물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돈만 준다면 결국 “수확체감”이라는 경제학 원리의 위력을 실감하며 점점 더 큰 돈이 아니면 따르는 마음이 계속 무뎌지는 걸 경헝하게 되지요.
결국 물질적인 “자극”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자기 자신의 마음만 생각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상대가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지극함이 오히려 파국과 비극을 불러오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특히 가족간의 관계에서 우리가 그걸 자주 보고 있지요.
중요한 건 나의 마음이 얼마나 지극하고 절절한가가 아니라 상대를 헤아리는 배려라는 걸 항상 잊지 않으면서 모든 관계에 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