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밝은 태양처럼 빛나는 절의도
어두운 방, 깊숙한 방구석에서 삼가는 마음으로부터 배양되어 나온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뛰어난 경륜도
깊은 못에 이른 듯, 살얼음을 밟는 듯
조심하는 태도에서 성숙되어 나온다.
채근담 133편
별 것도 아닌 걸 자랑한다 핀잔받을 수 있겠지만, 나름 어렸을 때 부터 친척들 사이에서는 공부 제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컸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잘 해서 어찌저찌 의대를 들어갔고(물롤 당시엔 의대보다 서울대가 더 커트라인이 높았지만), 어렵다던 영상의학과 전문의시험을 합격해서 전문의가 되었으며, 교수까지 했지만 나이가 먹은 지금 다시 공부를 시작해보려니 내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공부의 영역에 있어서 성취할 수 있게 했는지, 머리를 쥐어짜 기억을 돌이켜보니 집중이 안되어 공부가 잘 되지 않아 벽에 막히는 그 순간 내 머리 속에 “아 짜증난다”가 아닌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하며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궁리하왔던 게 생각납니다. 시험을 하루 앞두고 “아! 위기다”라고 외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던 습관이 지금까지 나 자신을 그나마 이 정도의 성취로 이끌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거지요.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위기감에 웅크리는 습관 대신에 젊은 혈기로 내 앞에 놓인 걸 확 엎어버리고 돌아앉아 버리는 습관을 들였더라면 결코 지금의 이 보잘것 없는 성취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있었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젊은 시절의 혈기로 큰 뜻과 야망을 품는 것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겠으나, 그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고통과 짜증, 그리고 지루함을 참고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혈기를 누르고 조심하며 전전긍긍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더욱 신중하며 긴장감 있게 다스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빛나는 절의와 뛰어난 경륜도 삼가는 마음과 조심하는 태도에서 시작해 거기서부터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