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하나가 가물거리고 온갖 소리가 잠잠해지니 이것이 우리들이 편안한 잠에 들어갈 때다.
새벽잠에서 막 깨어나 온갖 움직임이 시작되려 하니 이것이 우리들이 막 혼돈에서 깨어날 때다.
바로 이 틈을 타서 마음을 가다듬고 지혜의 불빛을 되돌려 내면을 밝게 비추어보자.
그러면 비로서 귀와 눈과 입과 코가 모두 자신을 구속하는 형틀이고
정욕과 기호가 모두 마음을 휘어잡는 기계임을 알게 된다.
채근담 146편
선불교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문제의 시작이 나 자신, 내 마음 속에서 출발한다는 가정에는 100% 동의합니다. 이러한 동의를 전제로 내가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의 내면을 밝게 비추어볼 수 있는 때가 막 잠에 들어가는 순간과 잠에서 막 깨어나는 그 순간이라는 채근담의 지적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겨울 동안 몸이 많이 아파서 앓아누웠더니 체중이 5키로나 증가했는데, 다이어트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돌이켜보면, 결국 온갖 욕망과 상념, 그리고 취향들이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집어넣도록 충동질하고, 자제심을 발동시키지 못하게 계속 발목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 자신이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고 충동에 계속 휘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보면, 몸이 아펐다는 걸 핑계로 나 스스로가 엄청나게 해이해지고 나태하게 되버린 탓임을 깨닫습니다. 내 몸이 아프고 유약해진 와중에 내가 내 마음을 노려보며 감시하고 있지를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은 항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정신이 산만해져 있거나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경황이 없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다 못해 어디론가 외출을 하게 되지요. 그렇게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게 됩니다. 그 동안은 내 마음 속에서 온갖 욕망과 습관이 본능에 충실해 활개치게 됩니다. 나쁜 습관과 욕망들은 나 자신이 그것들을 응시하지 않는 동안에만 활개를 치며 나를 좀먹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응시하며 감시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무언가 비상한 각오나 특별한 계기가 있어 그 때부터 딱 정신차리는 드라마같은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대오각성은 첫 걸음을 내딛는 시작일 뿐, 무뎌지지 않는 각오와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조금씩 변화가 계속 이어져야만 결실을 얻습니다.
때문에 중요한 건 결심이나 각성이 아니라 일단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단 실천하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한 전략이나 효율적인 계획도 도움이 됩니다. 그만큼 각오보다 실천을 향한 첫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겁니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내 발목을 잡는 모든 잡념과 장애물들을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비해서 제거하고 일단 첫 걸음을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얻는 데 가장 유리한 시기가 다름아닌 내 마음이 가장 잠잠해지는 순간이며, 이 때가 잠들기 직전과 막 깨어난 이 두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하다 못해 이 두 순간만이라도 우리 내면을 밝히 비추어 들여다보는 연습부터 시작한다면 이걸 시작으로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통제하며 절제와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을것입니다. 항상 쉬운 것부터 일단 실천하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통해 성공과 완성의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