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는 마음

일을 그만두려면 한창 번성할 때 그만두어야 하고

처신을 잘하려면 홀로 뒤에 처진 자리에 있어야 한다.

덕을 삼가려면 (謹德)지극히 작은 일부터 삼가야 하고

은혜를 베풀려면 보답하지 않은 사람에게 베풀도록 힘써야 한다.

채근담 155편


채근담 155편의 본문을 읽어보면 일을 그만둘 때, 처신을 잘하는 방법, 덕을 삼가는 순서, 은혜를 베풀 상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현대인에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가 “삼가다(謹)”는 단어입니다. 삼가다는 건 조심하다, 격식을 차리다, 신중하다, 엄격하다 같은 여러가지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덕을 삼가다는 건 덕을 엄격히 다스려 실천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본문의 충고대로 실천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내용들이 하나같이 사람의 본능을 정면에서 거스르는 충고로 가득차있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일을 그만 둘 때에 미련을 가지고 번성함을 지나 쇠약해질 때까지 붙잡고 있다면 추한 결말을 보게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아름답게 퇴장할 기회를 놓치고 추하게 미련을 가지다 못볼 꼴 보며 몰락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보셨을거에요. 그럼에도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처신을 잘 하기 위해서 내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앞장서면 될 일도 안되기 십상이고, 덕을 더 엄격하게 세우고 실천하려 할 때에도 사소한 일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답하지도 않을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때만큼 허탈하고 씁슬해지기 쉬운 일도 없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교훈과 역사, 그리고 지혜로운 자들이 남긴 가르침들이 마음 똑바로 잡고 내 마음에 끌리는 대로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짧디 짧은 네 줄 짜리 문장에 참으로 무겁고 버겁지만 반드시 지켜 행해야 하는 금칙, 삼가 경계를 세우고 조심하며 엄히 지켜 행해야 할 지침이 들어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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