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과 의욕이 대계를 그르치다( 삼국지 생존왕 중에서)

“방통이 유장의 요청을 받아 한중의 장로를 정벌하려는 한중왕 전하에게 말하길,,,” 이유의 말에 법정은 재빨리 입을 닫았다.

“대계를 성공시킬 방법이 상중하, 3가지가 있다고 했지.” “상계와 중계는 알다시피 기습과 배신이요. 하책은 형주로 물러나 천도가 따르길 기다린다는 거였지. 알다시피 한중왕 전하는,,,”

“중계를 택했지요. 형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꾸며 관문을 지키는 장수들을 불러 안녕을 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들을 쓱싹하고 성도로 진격했지요.” 법정은 역시 이유는 기습이나 배신을 생각하고 있는데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과거의 나라면 틀림없이 방통과 같은 방법을 썼을거요”

“그럼 다른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방통은 제갈량보다 임관이 늦어서 빨리 공을 세우고 싶었을 거요. 상책과 중책은 당장 성과를 볼 수 있는 계책이었소.”

“그렇다고 당시에 형주로 돌아갔어야 한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닙니다. 조조가 익주까지 삼켰을 겁니다.”

“대신 동오와 갈라지는 일은 없었을 거요. 남군을 빼앗기는 일도 없었을 거고. 한중왕 전하도 오주(손권)도 적벽 때보다 위기감이 더 커졌을 테니까.”

“그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후엔 익주를 쳐도 아무런 걸림돌이 없어졌소. 한중왕 전하의 인덕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지. 한중왕 전하는 익주 내부에서 배신으로 관문을 몇 개 빼앗고 시작했는데도 1년 넘게 고전했소. 익주를 차지한 다음에도 반란에 계속 시달렸지. 지금도 남만에선 반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들었소. 한중왕 전하조차 이런데 한중에서 남하할 조조가 성도까지 가는 관문을 모두 차지하려면 더 걸리면 걸렸지 적게 걸리진 않았을거요. 익주에 신경 쓰는 사이 한중왕 전하와 오주는 사이좋게 북진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요. 양군이 낙양이라도 차지하면 위는 동과 서로 분리되는 결과를 낳고 그때부터는 요리하기 나름이지.”

법정은 침음성을 발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때쯤 되면 유장은 그래도 종친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며 한중왕 전하에게 선뜻 자기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있소. 그동안 보여준 신의가 빛을 발하는 거지. 반란도 없을 거고 한중왕 전하를 성토하며 자결하는 신하도 없을테니 익주는 금방 안정될 거요.”

“그래서 송 대왕은 그런 길을 걷겠다는 말입니까? 이 태위답지 않게?”

“천하를 잡아 보니까 말이요,,,” 이유는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때 그럴 걸 후회되는 일들이 많았소. 그 일들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가장 안 좋은 형태로 천하를 내줘야 했지. 기습? 배신? 음모? 필요하지. 여차하면 쓰는 걸 주저하지 않을거요. 그런데 딱 한 번이요. 말하자면 한중왕 전하는 유장 따위를 상대로 천하를 얻기 위한 비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되었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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