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주야로 살피다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흐리멍텅해지기 쉬우니

그때는 고요한 마음을 깨어 있음으로 일깨워야 옳다.

일이 많을 때는 마음이 밖으로 치달리기 쉬우니

그때는 깨어 있는 마음을 고요함으로 달래야 옳다.

채근담 173편


마음이 흐리멍텅해진다는 말의 한자는 적적(寂寂)하다이고, 마음이 밖으로 치달린다는 말의 한자는 성성(惺惺)하다입니다.

화두를 붙잡고 선 수행을 할 때 둘 중 어느 하나만 중요한 게 아니라 둘 모두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둘을 합쳐서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참선 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으며 적적성성, 또는 성성적적이라 부릅니다. 다만, 치열하게 깨어있는 성성함이 지나치거나 잘못되어 망상과 잡념에 빠지거나, 적적함이 변질되어 무지몽매에 빠지지 않게 주의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불교신자도 아니고, 선 수행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더 깊은 가르침을 구할 생각은 없지만, 본문을 읽고 생각하다보니 성성적적을 어찌 구현하는가에 대한 생각보다 현실적으로 더 와닿는 점이 떠오르더군요.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항상 흐트러짐이 없이 살피는 것을 한 순간도 쉬면 안되겠구나” 하는 깨달음 말입니다.

참선이고 뭐고 하루 중에 내가 내 마음 속 짐승을 돌아보지 않고 다스리지 못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걸 방관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일이 너무 바쁘고 경황없어서든, 일이 없어 적적하고 심심해 미망과 권태에 빠져서든 내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자 다짐하고 항상 방심치 않고 노력하기를 숨쉬듯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해내는 것.

바로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내가 해내야 하는 과업이자 쉬지 않고 추구해야 하는 지상과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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