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에는 상상을 초월한 진상들도 있었다. 그들 때문에 없던 두통이 생길 정도였고, 비슷하게 생긴 손님만 봐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저 사람이 사라지면 내 생활이 편안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그 이후 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손님을 가려받기 시작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저 지레짐작으로 저 손님은 진상일 것이라며, 정말 손님인 사람조차 받지 않았으니까.
매출이 떨어지니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되고 그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니라 진상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책임을 돌리게 되었다. 그럴수록 증오, 미움 같은 것이 생기고 멀쩡한 인간관계마저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정말 용기를 내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가 인간관계로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을 푸는 것 역시 인간관계라고 진단했다. 살아가는 기쁨이나 행복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마을 봉사단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우리 동네에 이렇게나 많은 불우이웃이, 독거노인이, 장애인이, 소년소녀 가장이 존재하는 줄 처음 알았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통해서 배운게 있었다. 타인이 나의 기대를 만족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까지 나는 남에게 인정받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 중개업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중개사 손님 간 신뢰도 굉장히 중요하므로 소통과 친절은 그 누구 못지 않게 잘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그것이 틀리지는 않지만, 정답도 아니라는 것을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았다.
예컨대 매출 부진이 진상 때문이라는 생각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문제는 진상 때문이라는 이유를 모든 불행에 만병통치약처럼 적용했다는 데 있다. 진상 때문에 매출 부진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의 모든 영업은 대 불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 목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남과 비교하고, 남의 탓을 해봤자 나만 불행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