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을 포용하는 이유

몸가짐을 너무 고결하게 가져서는 안되고

추하고 욕되며 때 묻고 더러운 모든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과 어울리면서 너무 분명하게 구별해서는 안 되고

선하고 악하며 현명하고 어리석은 모든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

채근담 186편


너무 고결한 몸가짐이 오히려 스스로를 망치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건 널리 알려진 상식 중 하나입니다. 설령 악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 옳은 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또한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악함과 우매함도 포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생각하다 보면 이것이 진정 현명한 군자를 위한 교훈이 아닌 우리같은 어리석고 경험이 적으며 생각이 편협하고 쪼잔한 소인배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사람들과 교류할 때 그 사람이 진정 선하거나 악한 사람인지 구별하는 데 성공한 적이 정말 드물었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저같이 평범한 소시민이자 나 자신과 가족의 안녕이라는 삿된 이익에 죽고 못사는 소인배에게 무슨 식견이 있어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며, 현명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구분할 지혜가 충분히 주어지겠습니까? 오직 평생을 배우는 자세로 많은 이들을 포용하며 부대끼며 조금씩 식견을 늘려가되 내가 함부로 사람을 재단하거나 심판하지 말아야 함을 잊게 된다면 정작 나 자신이 편협하고 악한 길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걸 고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감히 타인의 선악을 구분하고 구별하기 전에 나 자신이 아직 미완의 그릇임을 깨닫고 낮은 곳에 임할 때 포용이라는 행위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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