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불치병

탐욕을 부리는 병은 고칠 수 있어도

편협하게 이치를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어렵다.

사물에 가로막힌 장애는 없앨 수 있어도

의리에 가로막힌 장애는 없애기 어렵다.

채근담 188편


정말 답이 없고 치료약이 없는 것이 인간의 편협함과 아집, 그리고 비뚤어진 신념과 세계관일 겁니다.

탐욕이나 혐오같은 부정적인 성품이나 마음의 문제들은 고칠 수 있는데, 왜 편협하고 왜곡된 신념과 세계관은 고치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까요? 탐욕이나 혐오는 우리가 눈과 귀, 혀와 코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접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 다음에 일어나는 우리 마음의 과정들입니다. 이런 허물들은 살면서 일상의 경험을 계속 쌓아가다 보면 그런 허물들이 잘못된 것이며,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일단 내가 잘모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인 정보들의 축적물인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피드백이 형성되기 때문에 시간이 빠르고 늦을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해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편협함과 고집, 왜곡된 신념은 오로지 자기 마음 안에서 일어나 그 안에서 계속 돌면서 강화되는 자기확신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경험”이 아무리 쌓여도 그 경험이 잘못된 확신을 깨트리고 바꾸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잘못된 확신과 공공성을 상실한 의리가 깨어지고 잘못된 것에서 나아가 고쳐지기 위해서는 정말 사람이 죽었다 깨어날 정도의 커다란 충격과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낭패, 즉 패가망신을 당한 다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 무엇인가에 대해 큰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그 확신부터 깨트리고 의심하는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한 의심이 상당한 불편함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한 확신을 강하게 내리쳐 깨부수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다양한 책과 토론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