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락에서 방심하지 말라

하루해가 저물었으나 저녁 안개와 노을은 오히려 찬란하고

한 해가 저물어 가나 등자와 귤은 한결 더 향기롭다.

그러니 일의 마무리나 삶의 끝자락에 이르렀어도

사람은 다시금 백배나 정신을 차려야 옳다.

채근담 197편


대학생 시절 내내 합창반 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하며 보냈습니다. 열심히 연급하면 할수록 가창력은 좋아지게 되있습니다. 굳이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노래실력은 성취하게 마련이죠. 그런데, 그렇게 3,4년 열심히 하다 보면 벽에 부딪힙니다.

무슨 음대생이나 프로 가수가 아니고 아마추어 수준에서 거창한 벽에 부딪히는 건 아니지만, 노력을 해도 잘 안되고 내 노래를 듣는 동료들이 “이 부분이 좀 거슬린다”는 식으로 지적을 하면 안타까운게 당연하죠. 이렇게 3년에서 4년 쯤 연습하면서 겪는 벽은 대부분 나쁘게 굳어진 습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나쁜 습관이 몇개가 굳어져서 그걸 고치기 위해 고생을 했는데, 가장 마지막까지 고쳐지지 않았던 나쁜 습관이 음의 뒷부분을 성의없이 발성하는 거였습니다.

아마추어로 노래를 한다는 게 뭐 얼마나 거창한 거겠습니까마는, 합창이라는 건 정확한 박자에 맞추어서 발음과 발성이 서로 튀지 않게 신경써가며 서로 소리를 모아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연스레 음을 내는 첫 순간에 신경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한 소절이 끝나거나 한 호홉이 다 끝나가는 부분에는 숨도 딸리고 집중력도 떨어지므로 소리가 성의없이 나와버리는 고질병이 생기게 되었는데, 다른 잡다한 습관은 고쳐도 이건 정말 고쳐지지 않더군요.

이걸 생각하다 보면 공부도 처음에만 집중하다 엉덩이가 가벼워서 금방 헤찰을 부리기 일쑤고, 취미도 처음에 확 불타오르다 시간 지나면 시큰둥해지고, 직장생활도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마음을 계속 간직하기가 어려워지는게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성정을 가지고 있는건지, 아니면 제가 유독 끈기가 없는건지 스스로에게 안스러움과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았네요.

그러고 보면 이제 인생의 후반기를 지나가고 있는 50대의 나이에 자칫 정신을 못 차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지금부터라도 각오를 다지고 더 열심히 삶의 끝자락을 불태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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