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 삼국지 마행처우역거에서

“허무하네요” ,,, “그러게”

“뭔가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원래 복수는 허무한 거야. 복수란 천 길 낭떠러지에 걸린 외나무다리 위에서 한 번에 쌍칼을 뽑는 일이라고 누가 그러더군.”

“쌍칼이요? 중심이 흔들리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텐데요?”

“그만큼 복수의 균형을 잡기란 어렵다는 뜻이겠지. 복수하는 사람의 시선은 맹목적이라 칼을 뽑아 휘두르겠다는 생각만 있지, 천 길 낭떠러지니 외나무다리니 같은 건 부차적인 문제거든.”

“주공의 복수는 다릅니까?”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 지켜야 할 약속도 아직 남아있다는 것.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려고 한다면, 허무해지는 것이야 말로 내가 가장 경계하는 감정이야.”


영화나 드라마 보면 복수에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 영혼까지 내던지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복수가 아무리 절실하고 그 명분이 숭고할지라도 자기 자기 자신이 무너지는 걸 방관하면서까지 하는 복수는 그저 자기파괴행위에 불과하겠죠. 그런 걸 망신(亡身)이라고 합니다. 복수를 다짐하고 또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의 시선이 그저 복수에 맹목적이 되버린다면 망신을 당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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