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약은 아름다운 덕목이나
도가 넘치면 인색하고 비루하여 도리어 점잖은 도리를 훼손한다.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나
도가 넘치면 너무 공손하고 너무 삼가면서 대개 꿍꿍이속을 차린다.
채근담 199편
검약은 아름다운 덕목이 맞습니다. 그런데, 도가 넘치면 인색함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도리를 훼손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지만, 도가 넘칠 때 비굴함으로 변질됩니다.
중요한 건 “도가 지나치면” 안된다는거지요.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도가 지나치다 판단할 수 있는걸까요?
검약은 덕목이고, 겸양은 행실입니다. 덕목과 행실은 조금 다른 개념이지요. 덕목은 다른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내 마음 속의 아름다운 모습을 의미하고, 행실은 그런 나의 덕과 마음이 말과 행동을 통해 밖으로 표출되어 다른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하고 평가하여 평판이 형성되는 나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검약이 도가 지나치는지를 구분하려면 나 자신의 마음을 항상 끊임없이 관찰하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돌아보고 점검해야 합니다. 반면 겸양이 도가 지나치는지를 확인하려며 나 자신이 아닌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속된 말로 “눈치”를 보면서 그 안에서 나를 평가하는게 필요하다는 거지요.
이렇게 덕목과 행실을 나 자신과 나를 지켜보는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돌아보면서 세심하게 신경을 쓸 때에 비로서 나의 덕목과 행실이 성장하고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도(道)”를 지키는 첩경은 끊임없이 지켜보고 신경쓰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항상 지켜보고 신경을 쓰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평판에 신경써서 줏대없이 행동하는 것과는 다른겁니다. 나의 덕과 행실을 지키고 아름답게 하기 위해 스스로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것은 운전을 하는 동안 백미러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으면 백이면 백 큰 사고가 나는게 당연한 이치인 것과 같습니다. 반면 남들의 시선과 평판에 메달려 집착하거나 줏대없이 행동하는 것은 그저 거울만 바라보며 전방은 보지 않은 채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격입니다.
그러므로 그릇된 자신감이나 오만함에서 비롯한 것이든, 게으름이나 강박증에서 비롯한 것이든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해지는 것은 언제는 나 자신의 덕목과 행실이 변질되고 퇴보할 수 있는 빌미를 내어주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점검하며 덕과 행실을 갈고 닦아가는 삶을 사시기를 지심으로 권하며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