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와 의로움을 지킨 사람은 화합하려는 마음을 더 보태야 하니
그래야 원망과 다툼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
공훈과 명예를 세운 선비는 겸양하는 미덕을 더 가져야 하니
그래야 시기와 질투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채근담 210편
절개나 의로움은 그 사람의 성품, 즉 덕성에 해당합니다. 그사람의 능력과 성품이 아무리 비범하고 뛰어나더라도, 그러한 능력과 성품이 올곧이 발현되어 세상에 도움이 되고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그 사람 한 사람만의 비범함 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비범함을 인식하고, 여기에 부응하여 힘을 모아야만 비로서 큰 변화를 일으키며 공적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기꺼이 거기에 힘을 보태줄 수 있게 이끄는 능력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화합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큰 성과를 내어 세상에 빛이 되는 공훈이 있고, 이로 인해 그 사람의 명예가 드높아지더라도,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고 높여주는게 아니라 도리어 시기 질투하고 그 사람을 도리어 미워하고 몰락하기를 바라게 된다면 그 사람도 몰락할 뿐 아니라, 그가 이루어놓았던 공훈도 잊혀지며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성공한 이후에도 겸손하게 처신하며 방심하지 않고 경계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결국, 사람의 성품이나 능력이 빼어나고 비범한 것은 좋은 일이나, 더욱 절실하고 긴요한 것은 그 사람의 처세입니다. 처세라는 게 모사꾼의 정치질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강조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한 덕성과 품행을 완성시켜주는 화룡점정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