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한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 뭇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했거늘
세상에는 도리어 제 능력을 휘둘러 뭇사람의 무능함을 부각시키는 이가 있다.
하늘은 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뭇사람의 빈곤을 구제하게 했거늘
세상에는 도리어 제가 소유한 부를 이용해 뭇사람의 가난을 능멸하는 이가 있다.
정녕코 하늘이 천벌을 내릴 자들이다.
채근담 216편
하늘의 명(天命)이라는 게 있다고 주장하는 게 많은 동양사상의 대전제이자 가르침입니다. 채근담에서는 내가 지혜를 알고 얼마간의 부유함이 있다면, 무지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가난한 자들의 빈곤함을 구제하는 것이 천명이라고 말합니다.
천명이라는 것이 인간의 양심이나 착한 마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단순히 고상하거나 도덕적인 행위를 천명이라고 말한다면 50세에 지천명이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겠죠.
완숙한 경험과 성찰을 통해 하늘의 명을 깨달은 끝에 성과를 내고 의미를 찾아 실천하는 구도자의 길을 내가 걷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최소한 뭇사람을 능멸하는 패륜종자가 되는 것은 결단코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의 인지상정일테지요.
지금까지 혹시라도 부지불식간에 내가 누군가를, 또는 많은 사람들을 무지하거나 무능함을 능멸하는 일은 없었는지 항상 두렵게 돌아보면서 앞으로도 나보다 가난하고 무지함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향해 냉담하지 않고 뻐기지 않으며 살아가길 소망해봅니다.
그것이 밤하늘의 어둠처럼 막연하고 막막한 천명에 대한 깨달음을 향한 여정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이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