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습이 드러나는 때

꾀꼬리가 울고 꽃이 피니 산에는 녹음이 짙어지고 골짜기에는 풍경이 고와졌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천지자연의 헛된 모습이다.

물이 빠지고 잎이 떨어지니 바위는 앙상하고 산비탈 초목은 말라 버렸다.

이제야 천지가 제 참모습을 드러냈구나.

채근담 후집 3편


천지 만물 본래의 모습, 거짓 없이 진실된 모습, 참된 모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세상 만물에 거짓이 어디있고 참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오직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이 현혹되는 것이고, 메여 있는 것이겠지요. 다만, 건강하고 화려한 젊은 시절을 당연한 것으로, 인생의 본래 모습으로 착각하는 것 만큼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제 50대도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조금씩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무거움을 조금씩 더해가면서, 지금까지 나름 화려했다 자부하는 젊은 시절이 진짜 내 인생은 아니었구나 하는 걸 느끼면서 새삼 인생의 참모습에 대한 채근담의 지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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