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종소리를 들으며 꿈속의 꿈을 불러 깨우고
맑은 연못 달그림자를 보면서 몸 너머의 몸을 엿본다.
채근담 후집 6편
고요한 밤 잠을 자다 종소리를 들으면 잠에서 깨어 방금까지 꾸었던 꿈을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깨어서 꿈을 돌아보는 나 또한 어느덧 다른 종소리를 듣는다면 이것이 또다른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맑은 연못에 비친 달을 봅니다. 연못에 비친 달은 진짜 달이 아니고, 하늘에 떠있는 달이 진짜 달입니다. 지금 내 몸은 하늘에 떠있는 달처럼 실체가 있는 진짜 몸이 아니라 연못에 비친 헛된 육신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한 벌 옷처럼 입고 있는 부질없는 몸이 아닌 몸 너머의 몸, 즉 내 몸을 벗어나 존재하는 진정한 실체는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뿐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 몸에 들어있는 온갖 병과 피로 같은 제약들이 내 몸의 멍에이자 감옥처럼 나를 얽어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