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실컷 마시고 질탕하게 즐기니 정말 즐겁다.
어느새 마칠 때가 다가와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이 꺼지고 찻물이 식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먹은 것을 게워 내고 났더니 씁쓸하니 뒤끝이 좋지 않다.
천하만사가 대개 이와 비슷하건마는 사람들은 어째서 일찌감치 되돌아서지 않는 걸까?
채근담 후집 10장
술자리는 항상 즐겁게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적당히 즐거운 순간에 아쉬움과 미련을 참아내며 모임을 파하지 않으면 술이 술을 먹는 상황에 이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그렇게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술을 마셔대다보면 먹었던 걸 개처럼 토해내고, 인사불성이 되어 비틀거리다 다음 날 숙취로 몸이 축나게 됩니다.
흥분과 즐거움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와 괴로움이 찾아온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단 술자리 뿐 아니라 세상 일들이 대게 그렇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굳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저질렀던 실수와 경험들을 통해 대충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부터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우매함이자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냉정하게 파장과 파국에 이르기 전에 선을 지키고 멈출 줄 압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사실, 지혜라는 건 어려운 게 아닙니다. 무슨 대단한 도를 발견하거나 익혀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뻔한 것들을 아는 것 만으로 머무르는게 아니라 실제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지혜는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벼운 충고나 조언을 해주었을 때, 그 말들을 허투로 흘리지 않고 무겁게 받아들여 고민하고, 마침내 필요한 것들을 실천하는 실천이 지혜의 본질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