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으면 당장 쉬어라

일을 내려놓고 쉬고자 하면 당장 일을 내려놓아라.

만약 쉬어야 할 시간을 따로 찾으려 하면 자식 혼사까지 마쳤다 해도 남을 할 일이 적지 않다.

승려나 도사는 사정이 나으나 그들 마음 역시 일이 끝날 때가 없다.

쉬고 싶으면 당장 쉬어라. 일이 끝날 때를 기다린들 일이 끝날 때는 없으리라.

옛사람이 그렇게 말했거니와 식견이 탁월하다.

채근담 후집15칙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오늘을 즐겨라는 말로 해석이 됩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희생하다 보면 정작 미래에도 즐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며, 행복은 영원히 다가오지 못한다는 깨달음에서 유래한 속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본문의 “쉬고 싶으면 당장 쉬어라”은 이 카르페 디엠과 다른 결의 가르침을 품고 있습니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한다면 설령 도사나 승려라 할지라도 그 마음에는 번민과 갈등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러한 불행을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다음에 쉬자, 이것만 하고 쉬자며 계속 참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스스로 비참해지게 됩니다. 쉬지 못하는 삶 만큼 불행한 삶은 없습니다.

휴식의 중요성과 절박함은 나이를 먹어갈 수록 더 소중해지게 됩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육체는 노쇠해지고 두뇌도 갈수록 퇴보해 사고력이나 창의력, 기초적인 기억력마저 퇴보하게 됩니다.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젊었을 때보다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줄어들고, 그러한 능력저하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도 답답하고 자괴감이 들다보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내 몸과 두뇌가 예전같지 않음을 깨달을 때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조바심”과 “조급함”입니다. 같은 시간 내에는 이전처럼 무언가를 해낼 수 없으니 잠을 덜 자면서라도 예전처럼 성과를 내기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려고 무리하게 됩니다. 그렇게 예전보다 노력해도 성과가 안나오면 화가 나거나 결국 감정적으로 폭발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절실한 것은 휴식입니다. 나이들어 노화된 육체와 두뇌는 그만큼 필요할 때 즉각적인 휴식이 필요합니다. 채근담이 말하고 있는 “쉬어야 할 때”는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의 타이밍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말입니다. 내가 태어나서 해야 할 일은 많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그보다 더 짧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을 전심전력으로 해내야 하는 것이지, 새삼 오로지 즐기기 위해 시간을 따로 떼어서 써도 될만큼 형편 좋은 인생은 사실 극소수에게만 허락되어 있을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사에 열정을 다하되 “조바심 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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