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고 또 덜어내라

덜어 내고 또 덜어 내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세상만사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

더 잊을 것도 없이 다 잊어서

향을 사르고 차를 끓이며

술을 누가 가져왔는지도 전혀 묻지 않는다.

채근담 후집 20칙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에는 머리 속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그런 배움을 가지고 실제 무언가를 해내는 과정에서는 그렇게 집어넣을 것들 중 대부분을 잊어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최적화된 지식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사고와 빠른 결정을 내려야만 의미있는 행동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노자가 주장하는 무위자연에 도달하는 거야 불가능하겠지만, 우리가 배운 것들을 죽을 때 고스라니 가져갈 것이 아니라면, 배운 것들을 현장과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쓸모없고 도움되지 않는 것들을 덜어내고 깍아내는 과정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겁니다.

그렇게 쓸모없는 지식과 삿된 잡념들을 덜어내고 깍아내는 과정은 한 때의 배움의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동안 이루어집니다. 다름아닌 삶과 현장에서 계속 무언가를 행하고 이뤄내는 내내 일어나는 거지요. 물론 처음에 배우는 것부터 부실하거나 잘못 배웠다면 덜어내고 깍아내는 것도 다 뒤틀어지고 어그러져 엉망이 될 것이기에 배움을 소홀히 하는 것도 조심해야겠지만, 인생의 대부분은 지식과 생각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시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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