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욕정이 불길처럼 타오르면 병이 든 때를 머리에 떠올려 보라.

문득 차가운 재처럼 흥분이 식어버리리라.

명예와 이익이 꿀같이 달콤하면 죽음을 맞이할 자리를 떠올려 보라.

문득 밀랍을 씹는 것처럼 입맛이 씁쓸해지리라.

그러니 항상 죽음을 걱정하고 병을 염려하면 헛된 악업을 버리고 참된 마음을 기를 수 있다.

채근담 후집 24칙

항상 겸손하고 감사한 태도를 유지하고, 채근담의 글처럼 “참된 마음을 기르는” 것도 좋은 일일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욕정이 타오를 때 병이 들 것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문란한 행실에서 벗어나 병이 들 것을 막게 될 수 있습니다. 명예와 이익이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울 때야말로 그런 것들을 위해 자기 안위를 내던지고 위험에 자신을 내몰다 정말로 큰 일을 당하기 쉬울 때일겁니다.

로마 공화정 시대 때에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마치 신처럼 숭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숭배에 도취되어 오만해지지 않도록 개선식 내내 옆에서 노예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오만함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특정한 영역에서의 인지능력이 결여되는 일종의 심신미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 자신의 운명에 대한 평가가 현실과 동떨어져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쓸만한 해결책은 바로 자신이 병들고 다치거나 죽는 상황을 떠올려 감정적인 흥분이나 도취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을 기억하라는 교훈이 널리 회자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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