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형이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음 정찰을 다녀온 후 내게 했던 말이다.
“무서웠지. 그래도 괜찮아. 다른 길이 없으니까, 도망칠 수도 없거든”
무섭다.
내가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또다시 내 사람들을 모조리 잃을까 봐 두렵다. 내 의지가 흔들린 나머지, 마지막 순간, 적의 심장에 검을 꽂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래도 다른 길은 없어.’
형 말대로다. 다른 길은 없다.
진정 나에게 주어진 다른 길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힘들고 무서울지라도 결국은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될겁니다. 도망간다는 선택지는 사실 선택이 아니라 함정이라는 것을 결국 인정하고 난 다음에는 어떤 고통과 공포도 내가 걷는 이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