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실 땐 하나도 안 피곤한데 공부만 하면 피곤하다고, 그래서 내일로 미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상담사가 그랬다.
우리는 소크라테스만큼이나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고.
그런데 안 한다.
그걸 하게 만들려면 일을 해야 하는 확신, 즐거움, 그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다들 아는 말이다.
그런데도 안 한다.
나는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안한다.
그때의 나도 딱 그런 마음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초기에 암을 겪고 치료된 분들이 일반인보다 오래 산다고.
목숨의 위협을 겪어본 게 지금껏 고수해온 행동양식을 일거에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정말 바뀌지 않는 걸 자꾸 겪게 되면 답답하고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게 여러번입니다.
하지만 막연히 “행동양식을 일거에 바꾸는” 충격적인 계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작은 계기들을 발판 삼아 꾸준히 나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전략이 우리에겐 더 절실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작고 사소한 시도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겁니다.
공부만 하면 피곤한 것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공부를 혼자 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같이 하거나 일단 어떤 과목이 되었든 무조건 이 순간 내 손과 눈에서 잡고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겁니다. 그게 아니면 술 마실 때 친해지는 친구들과의 교류를 끊는 것부터 실천할 수도 있겠구요.
일단은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공부도 운동도, 어떤 분야의 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숨의 위협과 같은 충격적인 계기가 있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건 사람이 마음 속에 결심을 하고 그 다음에 실천을 하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단은 실천을 하고, 어떤 계기나 깨달음을 통해서건 그 실천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질 때에 비로서 크고 작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겁니다. 마음 속으로 결심을 하는 건 그렇게 일단 시작한 실천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만드는 데 필요합니다. 순서를 착각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