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나아갈 때 한 걸음 물러날 것을 생각하면
울타리에 처박히 숫양의 재앙을 면할 수 있다.
손을 대 때 손을 뗄 것을 먼저 셈에 넣으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위기를 겨우 벗어날 수 있다.
채근담 후집 29편
울타리에 처박힌 숫양을 생각해 봅니다. 숫양의 입장에서 보자면 울타리를 공격하지 말았어야 할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요?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는 이유나 상황을 여러가지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숫양이 들이박을 수 있었기에 들이박았을 뿐이고, 들이박고 난 뒤에 울타리에 처박혀 빠져나오지 못해 위기에 빠지는 건 숫양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뒤를 생각할 줄 모르는 숫양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면서 스스로를 “솔직하고 담백한” 성격이라 자랑하거나 “스스로의 생각으로 행동하는 자유인”이라며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 대다수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만 긍정적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지라면 순식간에 약하고 겸손한 모습을 연출하게 됩니다.
사람이라면 짐승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짐승들 처럼 결과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거나, 행동의 결과와 이에 따른 다음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하면 안되는거죠. 부끄럽지만 저 자신도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았는데, 왜 그랬을까 뒤늦게 후회하고 자괴감에 빠지고는 합니다. 돌이켜보면 경각심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래도 된다는 안이함에 빠져있던 것도 있겠구요.
하루 중 가장 많이 행동하면서도 가장 부담없이 행동하는 것은 아마 말하기일 겁니다. 그렇게 자주 부담없이 빈번하게 하는 말하기가 가장 안이해지기 쉽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말하는 것부터 항상 조심하고 그 결과에 대해 고민하면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