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깃든다.

선(禪)의 종지는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고

시(詩)의 종지는 “눈앞에 펼쳐진 경치를 입말로 표현한다”다.

대개 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깃들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것에서 나온다.

의식을 하면 도리어 멀어지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저절로 가까워진다.

채근담 후집 35편


지극히 높은 것이 지극히 평범한 것에 깃든다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걸까요? 심오한 진리나 높은 경지를 향해 가는 이들은 일상과 평범한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일겁니다. 진정 대단한 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려운 것을 찾아 해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는 것은 무심하게 일상으로 행하는 것 안에 지혜가 있고 도가 숨겨져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대단히 난해하고 일상과 동떨어진 어떤 천재적인 재능이나 특별난 노력이 있어야만 지극히 높은 경지를 밟을 수 있는게 현실 아닌가”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겁니다. 눈이 팽팽 돌아가는 어려운 수학공식이나 무슨 말인지도 모를 물리학 이론들을 척척 증명하거나 반박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착각하는 건 고등학교 때 까지 시험 대비 암기식으로 접근하는 수학이나 과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정한 학문으로서 수학이나 여러 과학의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는다면, 그 때부턴 그전까지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안보이던 게 보이게 될겁니다. 정말로 일상과 평범한 생활의 지혜와 작은 깨달음에서 출발하더라도 제대로 보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막히지 않고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겁니다.

저 또한 영상 판독 업무를 수십년 계속하면서 조금씩이지만 공부하는 것도 그치지 않고 꾸준히 붙잡고 있다보니 과연 그렇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모든 것은 부담을 느끼거나 당황하지 않고 일단 출발점에 올라서는 것 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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