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구름 한 줄기가 산골짜기에서 피어나니
가고 머묾에 얽매일 데가 하나도 없다.
휘영청 밝은 달이 창공에 떠서
조용하든 시끄럽든 아무것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채근담 후집 33편
채근담을 쓴 홍자성은 구름 한 줄기가 가고 머묾에 얽매일 데가 없다는 걸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요? 휘영청 밝은 달이 창공에 떠서 아무것에도 상관하지 않는 호방한 모습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을까요?
하늘의 구름과 달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엇에도 상관없이 자신들의 갈 길을 가는 것에 벅찬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은 그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겁니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며 그걸 향해 계속 쫓아가는 삶을 살기 때문에 얽매일 데가 없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는 없는 존재이니까요.
비록 무언가에 집착하고, 갈구하며 계속 쫓아가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지만, 별것도 아닌 헛된 것들에 메몰되어 이리저리 휩쓸리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도 불행할 뿐 아니라, 그 끝이 비참하고 헛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구름을 피어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은 오직 하나, 공기의 움직임입니다. 달을 움직이게 하는 힘 또한 중력 하나일 뿐이죠. 사람도 이렇게 자신을 움직이는 힘, 또는 원리가 단 하나에 불과할 때 비로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보면 이게 좋아 보여 뒤쫓고, 저걸 접하면 저게 멋저보여 추종하고, 이럴 땐 이 생각, 저럴 땐 저 생각,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사람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생각해서 내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쫓아간다 여기나, 그건 나 자신의 의지도, 자유도 아닌 집착과 미련의 노예로 살며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지금 내가 하던 것,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스스로를 관조하고 돌아보아야 할 때일 겁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야말로 자유로운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