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그의 저서 “즐거운 학문”에서 최대의 중량(Das größte Schwergewicht)이라는 사고실험을 제안합니다. 실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악령이 나타나서 우리에게 이렇게 선언하는거지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아니 영원히 무한하게 반복하게 될것이라는겁니다.
단순한 사건이나 삶 뿐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느껴왔던 모든 감정과 생각들은 고스라니 반복하게 된다면 그런 인생에 대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될까요? 아니면 고통과 번민 속에서 절망하게 될까요?
기독교는 현재 내 삶에 대한 회개와 내세에 대한 비전을 기반으로 성립되는 종교입니다. 그러한 기독교 사상을 비판하기 위해 니체가 제시한 개념으로서 지금의 내 삶이 후회가 없고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면, 그래서 영원히 이를 반복하게 될 때 희열과 행복감에 젖어있는게 아니라면 회개를 하고 내세를 기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지적이지요.
우리가 이러한 사고실험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가 현재 행동하고 있는 것 하나하나에 무한한 의미와 중요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로서도 작용하게 될 것이구요. 그렇게 모든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 살기 시작한다면, 마침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무한히 반복되는 영원회귀 속에서도 우리의 운명을 온전히 사랑하은 운명애(amor fati)에 눈을 뜨는 존재가 될 것이며, 니체는 이러한 존재를 초인(Übermensch)이라고 규정합니다.
쉽게 말하면 내세에 집착하면서 지금의 삶을 부정하는 나약한 삶의 자세에서 벗어나 매 순간을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긍정하며 살라는 윤리적 메시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니체의 이러한 영원회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크게 와닿는 이유는 요즘 대중 소설이나 만화 같은 미디어에 온통 회귀물이나 빙의, 환생물들이 넘쳐나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내 삶과 현재를 긍정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지 못하는 나약함이 니체가 살던 때에는 내세에 대한 열망으로, 지금은 회귀나 빙의같은 환타지로 표출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