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후집 41, 42편

세상을 초탈하는 길은 세상을 헤쳐 가는 가운데 있으니

굳이 인연을 끊고 세상에서 도망갈 일은 아니다.

마음속에서 일을 끝내는 공부는 마음을 다 쓰는 가운데 있으니

굳이 욕심을 끊고 마음을 불 꺼진 재처럼 식힐 일은 아니다.

채근담 후집 41편

이 몸을 언제나 한가로움 속에 내버려 두면

영욕과 득실을 어느 누가 내게 보내 주겠는가?

이 마음을 언제나 고요함 속에 편히 놓아두면

시비와 이해로 어느 누가 나를 속이겠는가?

채근담 후집 42편


채근담 41편은 세상에 인연을 끊고 도망가는 것, 욕심을 끊고 마음을 불 꺼진 재처럼 식히는 것이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높고 고결한 도를 추구하는 이들이나 소인배들로 가득한 세상에 결코 물들고 싶지 않은 이들이 과연 세상의 인연을 끊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룰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나의 뜻을 세우고 군자의 길을 걷고자 소망하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화두입니다.

그러한 고민에 대해 채근담은 바로 다음 42편에서 그 단초를 제시합니다. 나의 몸과 마음을 한가로움과 고요함 속에 편히 놓아둔다면, 굳이 세상에서 도망쳐 은거하지 않고 열심히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내가 속세에 찌들지 않고 내 마음과 뜻이 꺽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인 중에 젊었을 적 방탕까진 아니지만 사람들이 하는거 다 해보며 재미를 추구하며 살다 갑자기 어떤 계기로 도를 깨우쳐보겠다며 그 전까지 인간관계를 거의 깡그리 정리한 채 속세와 벽을 치고 사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속세와 단절된 채 거의 폐쇄되다 시피 자기들끼리만 모여 교류하며 우주와 정기를 논하고 도를 추구하며 살지만, 과연 그렇게 세상과 격리된 상태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도(道)가 정말 제대로 된 것일지, 저로서는 항상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는거지요.

물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깨달음을 제가 뭐라고 함부로 재단하고 토를 달 자격이 있겠습니까만, 세상을 초탈하여 진정한 도를 향하는 길은 세상을 헤쳐가는 가운데 있지, 인연을 끊고 세상에서 도망가는 길에는 없다는 채근담의 가르침에 저는 100%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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