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함에서 정교함으로 나아간다

글은 투박함에서 시작하고

도는 투박함에서 완성에 이르니

투박함이란 말에는 한량없는 의미가 있다.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는다고 한 말이나

뽕나무 밭에서 닭이 운다고 한 말은 얼마나 순박한가?

반면에 찬 연못에 달이 떴다는 말이나

고목에서 까마귀가 운다는 말은

공교롭게 쓴 말이기는 하지만

쇠약하고 쓸쓸한 기상이 있음을 금세 느끼게 된다.

채근담 후집94편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는다는 문장과 뽕나무 밭에서 닭이 운다는 문장은 도연명의 시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입니다. 순박한 농촌의 풍경을 서툴고 투박한 말투로 표현한 것이죠. 투박한 표현이나 음미하면 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공교롭다는 말은 우연히 무엇가가 일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매우 세련된 기교가 들어갔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세련된 표현이지만 쇠잔한 분위기의 표현의 시구를 빗대어 쓴 단어죠.

요즘 기침을 자주 하다 허리까지 아프게 되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하고픈 마음에 이런저런 고민과 성찰을 하는데, 결국엔 내가 붙잡고 가야 하는 건 한두가지 화두, 몇가지 과업, 그리고 한두가지 가치일 뿐, 그것들을 위해 극복해야 할 수많은 장애물에 눈길을 돌릴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몇가지 안되는 목표나 가치들은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투박하고 순박한 말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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