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인가 사물이 주인인가

주인의 처지로 사물을 굴리는 사람은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니

대지는 모두 내가 소요하는 세상이다.

사물이 주인의 처지로 나를 부리도록 만드는 사람은

뜻에 거슬리면 미워하고 뜻에 맞으면 또 아끼니

터럭 하나에도 바로 얽매여 구속된다.

처근담 후집 95편


“군자는 외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외물에 부림을 당한다”는 말 자체는 고대 중국시대에도 유명한 속담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순자 수신(修身)편에 예부터 전하는 말로 이 말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순자 수신편의 글에서는 외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는 군자가 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몸은 수고롭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일이라면 하고, 이익은 적다 하더라도 의로움이 많은 일이라면 한다, 어지러운 나라의 임금을 섬겨 뜻대로 출세하는 것은, 곤경에 빠진 나라의 임금을 섬기며 의로움을 따르는 것만 못한 일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농부는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든다고 해서 밭을 갈지 않는 법이 없고, 훌륭한 장사꾼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장사를 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 군자는 가난하고 궁핍하다고 해서 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내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일을 하고, 의로움을 좇으며, 그러다 몸이 수고롭고 이익이 적다 하더라도 연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물을 부리는 주인의 삶을 살 수 있을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언가를 얻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잃어버리는 것에 집착하여 근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내 양심과 도덕을 지키지 않고 몸이 편하고 이익이 많은 것에 눈이 돌아가고 발걸음을 돌이킨다면, 이미 그 순간 나는 사물에 부림을 받는 노예의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자유로운 주인의 삶을 살지, 아니면 노예의 삶을 살지는 나의 힘이나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우선하며 사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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