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생긴 뒤에야 건강이 보배임을 생각하고
혼란을 겪은 뒤에야 평화가 행복임을 생각한다.
이는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아니다.
복을 바라면서도 그게 재앙의 뿌리가 됨을 미리 알고
삶을 탐내면서도 그게 죽음의 원인이 됨을 미리 안다.
이는 탁월한 식견이다.
채근담 후집 99편
나쁜 일이 닥쳐서야 정신을 차리는 건 평범한 사람의 지적수준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그나마 매우 양호한 경우이고, 대다수는 나쁜일이 닥쳐도 자신을 망치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거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망하고 말지요.
채근담에서는 이렇게 눈 앞에 닥친 일을 보고서 깨닫는 것을 넘어서 앞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는 것을 “지혜”나 “식견”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저는 이러한 능력이 지혜나 식견이 아닌 “결단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배신하는 재앙과 삶을 끝내는 죽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정말로 모르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막연히 알고 있든, 명확하게 깨달아 알고 있든 간에 미래가 현재의 우리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인식하거나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만으로 끝내고, 이를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는 것은 지능이나 지식의 영역이 아닌 “결단”과 “실천”의 영역이겠지요.
그렇기에 우리가 앞으로의 재앙과 죽음을 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책을 읽고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귀찮고 불편하고 마음에 꺼려지는 것이라 할지라도 필요하다면 마땅히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일단 실행부터 하는 습관형성의 시작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