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이 될 수 없으니

바람과 달, 꽃과 버드나무가 없으면 조화의 세계가 갖추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전체 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인이 되어 사물을 굴리고 내가 사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으면

기호와 욕망조차 하늘의 작용 아님이 없고

저속한 감정조차 진리의 경지가 된다.

채근담 후집 116편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욕망과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정욕과 기호가 나 자신, 내 마음을 정의합니다. 이는 나 자신이 본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예에 가까운 존재임을 시인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합니다.

채근담은 그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인이 되어 사물을 굴리고, 사물에 부림당하지 않는” 경지가 존재한다며 우리를 권면합니다만, 제 지혜와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런 경지를 상상할 수도 없고, 누군가 그러한 경지를 보여주고, 가는 길을 알려준다 해도 감히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조차 짐작되지 않습니다.

저는 제 본능과 욕망, 정욕과 기호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저항할 지언정,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울 수 없고, 주인이 될 수도 없는 존재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기껏 시도해볼 수 있는거라곤 “사물에 부림을 당하지 않는”경지에 다다르려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 정도겠지요. 심지어는 그조차 환경과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테지요. 오직 겸손한 자세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시도하며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미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뿐입니다.

내가 주인이 될 수 없으니 오직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할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하고, 최선을 다하겠노라 선언할 뿐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