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 가지 일에 달라붙으면
기러기 털조차 태산처럼 무겁게 만든다.
오로지 사물은 그 사물에 맡겨야 홀가분하며 만족스럽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양보한 일도 그저 술 석잔에 불과하고
탕임금과 무왕이 폭군을 죽이고 나라를 세운 일도 정녕 바둑 한판에 불과하다.
채근담 후집 140편
물각부물(物各付物)이라는 말은 주희의 근사록집해에 나오는 개념으로 사물을 각자 그 사물에 맡겨둔다는 뜻의 단어로 성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근사록집해 4권 존양(存養)편에
- 纔見得這事重 (재견득저사중): 이 일이 중요하다고 (마음에) 두게 되면,
- 便有這事出 (편유저사출): 곧 이 일이 (마음에 걸려) 나타나게 된다.
- 若能物各付物 (약능물각부물): 만약 사물을 각각 그 사물 자체의 이치에 맡길 수 있다면,
- 便自不出來야 (편자불출래야): (마음속에서 번거롭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 어떤 일이나 사물을 대함에 있어 지나치게 경중의 편차를 심하게 두거나, 한두가지에 집착하면 가벼운 것조차 태산처럼 무거워져 거기에 깔려 죽게 될 것입니다.사물을 그 사물에 맚겨야 홀가분하며 만족스럽다는 말은 사물을 사물 자체의 이치에 맡기라는 요구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게 맞습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양보하는 일도, 일의 중함에 깔려 집착하거나 부담 가득히 받아들였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폭군을 죽이고 혁명을 이루는 일조차도 일 그 자체는 결코 무겁다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안의 경중을 정하는 데 지나치게 치우치지 말고, 집착하거나 부담을 느껴지 아니하며 “허심탄회”하게 대처한다면 모든 일에 홀가분하며 만족스러움을 느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곧 물각부물의 원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