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종소리를 들으며 꿈속의 꿈을 불러 깨우고 맑은 연못 달그림자를 보면서 몸 너머의 몸을 엿본다. 채근담 후집 6편 고요한 밤 잠을 자다 종소리를 들으면 잠에서 깨어 방금까지 꾸었던 꿈을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깨어서 꿈을 돌아보는 나 또한 어느덧 다른 종소리를 듣는다면 이것이 또다른 꿈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맑은 연못에 비친 달을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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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 비루한 사람, 시달리는 사람
세월은 본디 길건마는 바쁜 사람은 저 혼자 서두르고 천지는 본디 드넓건마는 비루한 사람은 저 혼자 좁게 여긴다.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디 한가롭건마는 일에 시달리는사람은 저 혼자 쓸데없다고 푸념한다. 채근담 후집 4편 시간이 없다 서두르는 사람, 세상이 좁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 일상의 자연과 풍경을 쓸데없다 푸념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쉬워 한다”는 겁니다. 항상 아쉬워하는 …
참모습이 드러나는 때
꾀꼬리가 울고 꽃이 피니 산에는 녹음이 짙어지고 골짜기에는 풍경이 고와졌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은 천지자연의 헛된 모습이다. 물이 빠지고 잎이 떨어지니 바위는 앙상하고 산비탈 초목은 말라 버렸다. 이제야 천지가 제 참모습을 드러냈구나. 채근담 후집 3편 천지 만물 본래의 모습, 거짓 없이 진실된 모습, 참된 모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생각해보면 세상 만물에 거짓이 어디있고 참된 게 어디 …
진정한 지혜 안에는 경쟁과 성공이 존재하지 않는다.
낚시질이 고상한 취미이기는 하나 그래도 죽이고 살리는 권세를 쥐고 있고 바둑이 청아한 오락이기는 하나 그 또한 싸우고 다투는 마음을 일으킨다. 일을 즐기기보다는 일을 줄여서 여유롭게 사는게 더 낫고 재능이 많기보다는 재능이 없어서 천진함을 보전하는게 더 낫다는 점을 알게 됐다. 채근담 후집 2편 설령 낚시라 할지라도 누군가를 죽이고 살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다짐하며, 설령 바둑같은 오락이라 …
말로는 아닌체 하는 사람들
산과 들에 사는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이 산과 들에 사는 멋을 실제로 즐기는 것은 아니다. 명예와 이익을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명예와 이익에 대한 미련을 다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채근담 후집 1편 산과 들에 산다는 건 화려한 저택에 살지 않는 초탈하고 달관한 삶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초탈한 삶을 자랑하듯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삶을 즐기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
군자와 협객의 차이.
군자는 환난에 처해서는 근심하지 않으나 환락을 마주해서는 근심하고 걱정한다. 권력자를 만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불쌍한 사람을 마주해서는 마음에 놀란다. 채근담 221편 공자가 유교의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하는 개념은 “성인(聖人)”입니다만, 성인은 너무나 이상적인 인격체이기 때문에 보통의 인간성과는 동떨어져있으며 성인은 한 나라의 왕이 되어야 할 자질 정도로 상정되고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교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점은 성인이 아닌 …
입과 뜻
입은 마음의 문이다. 입을 단단하게 지키지 않으면 진짜 기밀이 다 빠져나간다. 뜻은 마음의 발이다. 뜻을 삼엄하게 막지 않으면 삿된 길로 모두 내달린다. 채근담 218편 입이 마음의 문이고, 눈이 마음의 창이라는 말은 자주 듣게 됩니다. 쉽게 이해할 수도 있구요. 그런데, 뜻은 마음의 발이라는 말에 신선함을 느낍니다. 마음의 발이 육신이 아니라 뜻이기 때문에 삿된 길로 내달리지 않기 …
뭇사람을 능멸하지 말라
하늘은 한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 뭇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했거늘 세상에는 도리어 제 능력을 휘둘러 뭇사람의 무능함을 부각시키는 이가 있다. 하늘은 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뭇사람의 빈곤을 구제하게 했거늘 세상에는 도리어 제가 소유한 부를 이용해 뭇사람의 가난을 능멸하는 이가 있다. 정녕코 하늘이 천벌을 내릴 자들이다. 채근담 216편 하늘의 명(天命)이라는 게 있다고 주장하는 게 많은 동양사상의 대전제이자 …
잘 읽고 잘 관찰하는 방법
글을 잘 읽으려는 사람은 손이 춤추고 발이 절로 뛰는 경지에 이르도록 읽어야 하니 그래야 글자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사물을 잘 관찰하려는 사람은 마음이 익고 정신이 흡족한 지경에 이르도록 관찰해야 하니 그래야 외형에 붙들리지 않는다. 채근담 215편 손이 춤을 추고 발이 절로 뛰는 경지라는 건 일종의 관용구로 주희(주자)가 쓴 논어 집주에서 “논어를 다 읽고 나서 너무도 기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