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 미국의 경제상황(2)

2007년에 서브프라임 거품이 터지면서 미국의 경기가 본격적으로 식기 시작했는데, 이게 과연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갈 것인지, 단순한 경기둔화로 갔다 다시 반등할 것인지 당시에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경기침체란 생산과잉이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기업부문에서 과잉현상이 나타나거나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상황들이 반드시 있어야만 침체가 발생한다고 다들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제상황은 그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매크로지표, 즉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건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재고도 증가하지 않았고, 기준금리는 인하 중, 시장금리도 안정적이었으며 기업부문의 과잉을 보여주는 생산설비 가동률이나 실업률 모두 가파른 변동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당시 컨센서스의 잣대로 바라보면 아무리 봐도 경기침체를 상상할만한 데이터가 없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경기상황에 대해 섣부른 낙관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이 피터 번스타인이었습니다.

그는 주택가격의 하락이 주택소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더이상 소비를 뒷받침해주는 돈줄이 되줄 수 없는 상황을 불안요소로 봤습니다.그렇게 가계부문에 닥친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는 자신의 관점이 옳다면, 지금의 경제난은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번스타인은 “미래가 어떤 것인지를 안다는 가정 아래 중대한 결정을 무모하게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이미 재앙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 분명하다”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합니다.


마크 파버의 “내일의 금맥” 서문에 나오는 일화이며, 예전에도 이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 와서 미국에 경기침체가 오느냐, 아니면 다시 한 번 주식의 강세장이 찾아올 것이냐를 가지고 갑론을박이 많습니다. 다가오는 FOMC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예전의 경제위기를 보면 이런 긴장감이 의미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며, 항상 전조증상을 동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대다수가 이를 깨닫지 못하고 방심하다 직격탄을 맞는 이유는 그 전조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경기침체나, 이를 뛰어넘는 경착륙을 시사하는 전조증상들을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경기지표나 통계로 예측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경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주식시장이 커다란 상승장이 온다는 신호도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보았던 여러가지 신호들을 가지고 예측하려는 건 잘못된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자산가격의 폭락을 통해 찾아왔던 경기침체가 다음 번엔 공급과잉을 통해 찾아왔다면, 2020년의 코로나 판데믹은 공급과잉이나 자산가격의 폭락 모두 위기가 진행된 이후에 찾아왔던 뒤늦은 결과일 뿐, 예측의 단서가 되는 신호로서 작동하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강세장을 예측하려는 것도 언제나 예외없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신호 같은 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번스타인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미래가 어떤 것인지를 안다는 가정 아래 중대한 결정을 무모하게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이미 재앙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라는 그의 충고를 일전에는 “과도한 낙관론에 대한 경계”로 이해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처구니 없는 자기확신에서 비롯된 무모한 결정에 대한 경계”로 이해하는 게 훨씬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교훈이 저 자신에게는 정말 뼈아픈데, 너무 일찍부터 미국채 장기물 롱포지션을 잡았던 것, 상당히 무모하게 미국 주식 숏포지션을, 그것도 VIX 레버리지 상품을 들고 있으면서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와 손실가능성을 감수하게 된 것에 대해서 반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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