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터 크라이슬러, 크라이슬러 창업자
- 찰스 슈왑, US 스틸 초대 회장 및 베들레헴 철강 CEO
- 데이비드 사르노프,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사장 부인
- 퍼시 록펠러, 석유왕 존 록펠러의 조카
누가 봐도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전설적인 기업의 창업자, 전설적인 기업합병을 기획해 성공시킨 월가의 거물, 당시 미국 최고의 테크기업 중 하나였던 RCA 회사의 고위인사, 석유왕 록펠러 가문의 핵심 멤버,,, 이름값만으로도 당시의 월가를 진동시킬 수 있었던 저런 거물들이 한데 모여서 의기투합해서 벌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RCA 주가조작,,
놀라운 건, 갖가지 거짓 소문들을 퍼트려서 주가를 올린 후 팔고 빠져나온 전형적인 주가조작행위가 당시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랬기에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이들이 의기투합해서 주가조작을 통해 일주일만에 당시 돈으로 5백만달러를 벌었음에도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을 뿐더러 그들의 평판을 떨어트리지도 않았던 겁니다.
1920년대 말에는 이런 명망가들, 월가의 거물들만 주가조작을 일상적으로 저질렀던 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도 전무후무한 기세로 주가조작의 한복판에서 만들어진 소문과 정보들에 기대어 투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19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런 주가조작은 대부분 비슷한 무기를 가진 내부자들간의 충돌 성격이 짙었지만, 이젠 처음으로 다수의 대중들이 투기에 뛰어들고 있었던 거지요.
당연히 대다수 대중들은 처음부터 불평등한 위치에서 패를 다 보여준 상태에서 도박판에 뛰어든 점도 문제이지만, 월가는 이러한 투기는 도박이 아니라는 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면 뉴욕 주에서는 도박이 불법이었고, 도박에서 생긴 빚은 억지로 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만약 주가조작이나 투기가 도박으로 인정되는 순간, 뉴욕 거래소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니까요.
“투기는 좋은 겁니다. 이 나라도 투기 때문에 세우게 된거죠. 하지만 도박은 나쁜 겁니다.”
이것이 뉴욕 증권거래소의 수석대변인이 답한 그들의 입장이었던 겁니다. 수석대변인의 공식답변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시기 뉴욕과 미국에서 투기란 정당하고 합법적일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자부심 넘치고 당당한 행위로 통용되고 있었던겁니다. 그렇게 당당함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자는 아무런 스스럼 없이 갖가지 수단으로 대중과 경쟁자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갈취하면서 이를 사기나 불법 주가조작, 또는 사기도박이 아니라 단지 투기일 뿐이라 주장했던 거지요.
결국 대중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열정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낙관주의, 그리고 욕망의 물결은 그 자체로 광란의 20년대와 이후의 대공황을 예비하는 밑바탕이 되었던 겁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1920년대와는 달리 법과 제도가 제법 효율적으로 정비되어 있기에 요즘 주식이나 코인판이 과거 광란의 20년대처럼 되기는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하나의 큰 사이클이 이제 반전되는 거대한 사이클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예감 정도는 무리한 억측이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