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1편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한때에 적막하고
권세에 빌붙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통달한 사람은 물질 너머에 있는 물질을 헤아려 보고
육신이 사라진 뒤의 자신을 생각한다.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견딜지언정
만고에 처량할 길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채근담은 내세나 신앙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세속의 잡다한 것에서 벗어나 고귀한 뜻과 절개에 죽고 사는 성인군자를 논하는 책도 아닙니다.
채근담은 반대로 세상을 살면서 세속적인 시류와 세파에 흔들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찬가이자 평범한 이들을 위한 지침서입니다.
도덕을 지키며 살다보면 사는 동안 적막한 지경에 빠질 수 있지만, 한 때의 부귀와 영화를 좇다 만고에 처량한 신세가 된다는 책의 서두에서부터 부르짖는 선언 또한 신앙이나 종교의 영역이 아닌 평범한 이들이 살면서 빠지지 않아야 할 함정과 올무를 주의하고 경계하기를 당부하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입니다.
어렵게 생각한 필요가 없습니다. 매국노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다 제 명대로 살다 죽었습니다. 이완용 같은 자는 그저 눈 앞에 보이는 물질과 육신만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만고의 역적으로 손가락질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실수는 심지어 독실한 신앙인이라 할지라도 빠질 수 있는 올무이자 세파에 찌들어 마음에 여유를 두지 못하다 보면 문득 허우적대고야 마는 우리들 평범한 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입니다.
구태여 이완용같은 매국노와 역적들만이 만고에 처량할 길을 선택하는 크나큰 실책을 범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평범하고 대단치 않은 인생이라 할지라도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자칫 한 때의 적막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러한 고통이 나에게 찾아올까 두렵고 불안해서 죽고 난 뒤에 두고두고 후회하고 손가락질 당할 부끄럽고 처량해질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경계해야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