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놓고 불나방이 가여워서 등불을 켜지 않는다.
옛사람의 이런 마음 씀씀이는 만물을 살리려는 인간의 한 점 생명존중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인간은 이른바 흙덩이나 나무토막과 같은 몸뚱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채근담 171편
미물일지라도 생명에 대한 연민은 인간의 본성으로 측은지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을 중시하고 합리와 이성을 따르다 보면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의 필수적인 요건인지 의심이 들 수도 있겠죠. 저 또한 항상 그런 생각을 해왔구요.
“쥐를 위하여 항상 밥을 남겨놓고 불나방이 가여워 등불을 켜지 않는다”라는 구절은 송나라의 문호 소식의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소식이 유배생활을 하던 도중 주변에서 흔히 보는 미물들에 연민을 느끼며 지은 시에 나오는 내용이라는 거지요. 연민의 정, 측은지심이 사람이 편안하고 부귀를 누릴 때 나오는 감정이라면 부질없는 동정심이나 자기만족이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소식이 절절하게 느꼈던 미물들에 대한 연민은 그가 어려운 유배생활에 몰려 있었을 때 솟아나온 감정이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이 어렵고 고난 받을 때 분노나 후회와 같은 검은 감정들이 희석된 후 문득 느끼는 아련한 감정들을 비웃거나 욕해서는 안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