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고 잘 관찰하는 방법

글을 잘 읽으려는 사람은 손이 춤추고 발이 절로 뛰는 경지에 이르도록 읽어야 하니

그래야 글자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사물을 잘 관찰하려는 사람은 마음이 익고 정신이 흡족한 지경에 이르도록 관찰해야 하니

그래야 외형에 붙들리지 않는다.

채근담 215편


손이 춤을 추고 발이 절로 뛰는 경지라는 건 일종의 관용구로 주희(주자)가 쓴 논어 집주에서 “논어를 다 읽고 나서 너무도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손이 춤을 추고 발을 구르며 뛰는 이들이 있다.”는 말을 소개한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독서법은 많은 글을 빠른 시간 안에 읽어서 그것을 간단히 요약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아는체, 유식한 체 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쁘고 시간이 없는 지금에 와서는 이런 식으로 읽다가 흥분하고 기쁜 나머지 춤사위가 튀어나오는 그런 독서를 하기 힘들지만, 일단 그런 독서를 잠시라도 체험하게 된다면 두세권의 책 만으로도 자기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는 걸 체험하게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름아닌 제가 그걸 경험했거든요.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책이 세 권 정도 있는데, 그 책들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라 절로 주먹이 쥐었다 펴지고는 했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당시 책을 읽는 제가 바쁘고 경황이 없었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빨리 읽고 넘어가려는 마음이었다면 절대 그런 체험을 할 수 없었을겁니다.

무언가를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찰을 단순히 사물이나 사건의 외형을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 주시(注視)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교감하고 이해하며 동화되는 경지에 이른다면 다른 이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관점에서 출발해 마침내 다다른 깨달음이야말로 수많은 이들을 격동시키고 세상을 움직이게 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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