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본디 길건마는
바쁜 사람은 저 혼자 서두르고
천지는 본디 드넓건마는
비루한 사람은 저 혼자 좁게 여긴다.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디 한가롭건마는
일에 시달리는사람은 저 혼자 쓸데없다고 푸념한다.
채근담 후집 4편
시간이 없다 서두르는 사람, 세상이 좁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 일상의 자연과 풍경을 쓸데없다 푸념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쉬워 한다”는 겁니다. 항상 아쉬워하는 사람은 조급한 사람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하고, 많은 것을 얻어내고, 조금이라도 많은 걸 이뤄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터전이,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정작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세월은 생각보다 훨씬 길며, 세상도 끝없이 넓고, 내 몸을 스치며 굽이치는 바람, 나의 눈을 훔치는 길가의 꽃, 하얀 눈, 천변만화하는 달은 눈물 나게 아름답고 나를 감동시킵니다.
물론,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고, 눈 앞에는 성취욕을 자극하는 목표가 있으며, 좌고우면 하지 않고 앞만을 보고 노력해야 다다를 수 있는 큰 뜻을 세웠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가 세월을 짧다 불평하고, 천지가 좁다 하소연하며 한가하게 풍경에 하나하나 감동할 여유가 없어 앞만 보며 달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쉬어야 할 때가 있으며 잠시 멈춰서야 할 때가, 내 마음의 조급함과 욕망을 내려놓고 힘을 빼고 눈을 쉬어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그런 때를 무시하고 계속 내달리기만 해선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언제나 아쉬워 하는 마음, 조급해 하는 마음을 정기적으로 내려놓고 여유를 찾아 내 마음을 달래는 습관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조금 쉬어도 세상이 당신을 남겨두고 떠나가지는 않습니다.